'조선'을 못살게 구는 일본
한국과 일본의 경제 갈등이 반도체를 넘어 조선업계로 번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지난 11일 WTO가 공개한 한·일 조선업 분쟁 양자협의 요청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WTO 보조금 협정을 위반했다며 지난달 31일 분쟁해결 양자협의를 요청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월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주식 약 5970만 주를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고 대신 현대중공업의 조선해양 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전환주 912만 주와 보통주 610만 주를 받기로 했다. 일본은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추가로 1조원의 재정 지원을 보장한 점 △한국 정부가 선수금반환보증(RG) 발급과 신규 선박 건조 지원 방안을 내놓은 점 등을 문제 삼았다.

한국 조선업계에서는 일본의 ‘딴지’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양사 합병이 성사되려면 일본을 포함한 6개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일본 경쟁당국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경쟁관련법이 발달한 유럽연합(EU)의 심사 결과가 더 중요하다”며 “EU가 찬성한다면 일본도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양사 합병은 민간끼리의 의사결정 사항이기 때문에 정부를 감시하는 WTO의 결정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최만수/구은서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