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우리나라 수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복병에 주저앉았다. 지난달 회복세로 들어서는 듯하던 하루 평균 수출이 이달 초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발병 진원지인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워낙 높아서다. 여기에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도 가파르게 줄어드는 등 국내 내수 시장마저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올해 수출 증가율 목표치(3%)는 물론 경제 성장률 목표(2.4%) 달성도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월 초 수출 3.2% 감소…우한 폐렴에 '덜미'
수출 회복되나 했더니

11일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106억9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63억1600만달러) 대비 69.4% 급증했다. 수입은 같은 기간 96억6900만달러에서 119억8800만달러로 24.0% 늘었다. 표면적으로는 수출이 증가했으나 이는 ‘조업일수 착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작년엔 2월 초에 설연휴가 끼어 있어 조업일수가 4일에 그쳤다. 반면 올해 2월 초순의 조업일수는 7일로 3영업일 많았다.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올해는 하루 평균 15억30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3.2% 줄었다. 정부 관계자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 내 물류 운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중국 설연휴인 춘제까지 연장되면서 수출 물량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중국의 주요 생산라인과 유통망이 ‘셧다운’된 탓에 한국의 중간재·소비재 수출이 모두 차질을 빚은 것이다.

이달 1~10일의 품목별 수출 증감률을 보면 반도체(37.8%) 석유제품(26.2%) 승용차(114.5%) 무선통신기기(34.8%) 선박(138.6%) 등이 증가했으나 이는 조업일수를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작년 우리 수출의 25.1%를 차지한 대(對)중국 수출은 조업일수 증가에도 36.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국에서의 수입은 오히려 7.5% 감소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도 나빠졌다. 1~10일 기준으로 12억9100만달러 적자였다.

“올해 수출 3% 성장 어려울 듯”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꼽혀온 수출은 지난달 하루 평균액 기준으로 14개월 만에 처음 4.8% 증가했다. D램 단가가 2018년 12월 이후 처음 반등하는 등 반도체 회복세의 영향이 컸다. 이 때문에 이달부터 수출이 본격적인 플러스를 나타낼 것이란 게 정부 기대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전염병 공포가 수출 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형국이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 비중이 압도적이란 점이다. 모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품이다. 작년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한 비중은 79.4%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우리나라 수출은 1.74%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 수출 3% 성장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지금 추세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소시에테제네랄, JP모간체이스 등 해외 분석기관들은 한국의 올해 수출 증가율이 2.0%를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우한 폐렴에 따른 수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지원 체제로 전환했다. 관세청은 11일 무역업계와 간담회를 연 뒤 관세 납기연장, 수입부가세 납부유예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부도 수출업계와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