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델타플렉스 입주기업들 신종코로나 피해 호소…가동중단·수출 차질
피해현황 묻는 수원시에 "뭘 해줄 수 있는데요?" 냉랭한 반응
"방역도 중요하지만 위기의 중소기업 살려야"

"중국에서 부품 조달이 안 되는데 어떻게 제품을 만들어 수출할 수 있겠어요? 이런 사태가 계속되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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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중국에서 부품 안 들어와 공장 문 닫게 생겼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중국에서 부품을 받아 완제품을 만들어 다시 수출하거나, 중국이 주요 수출시장인 국내 기업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신종코로나 발원지 후베이성 우한 등 14개 성·시를 봉쇄하면서 중국에서 만든 부품을 조달받지 못하는 데다 완제품을 중국에 들여보내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10일 오후 찾아간 경기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수원델타플렉스(일반산업단지)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125만 7천510㎡ 면적에 조성된 수원델타플렉스는 728개 입주업체에 근로자 1만5천여명이 근무하는 곳이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움츠러든 사람들의 심리만큼이나 폭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수원델타플렉스에 입주한 여러 기업은 기업의 수출 및 생산활동이 올스톱될 비상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대자동차에 차량용 공기청정기를 제작해 납품하는 미경테크의 이기현 대표는 "공기청정기의 핵심부품인 공기 팬을 중국 광동성으로부터 전량 수입하는데, 중국 업체에서 생산을 못 해 2주째 부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우리도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라고 말했다.

생산 및 연구인력 55명이 근무하는 미경테크는 차량용 공기청정기가 올해부터 주력상품이어서 영업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고 했다.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공기청정기를 이미 5천개 수주받아 1천개를 만들어놨지만, 4천개는 중국의 핵심부품을 들여오지 못해 만들지 못하고 있다.

[르포] "중국에서 부품 안 들어와 공장 문 닫게 생겼어요"

또 다른 입주기업인 장비수출업체 A사도 미경테크와 상황이 비슷하다.

산업용 장비 완제품의 30%가량을 중국에 수출하는 A사는 중국 수출계약 2건 가운데 1건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출하를 하지 못하고 있다.

A사 직원이 중국 현지에 가서 장비를 설치하고 시운전까지 해줘야 하는데 중국 입국이 제한돼 출장을 가지 못하고 있다.

시운전까지 마친 뒤 검수를 완료하면 장비 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데 이 모든 프로세스가 막혀 영업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설 이전에 중국 출장을 다녀온 직원 4명이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인력손실까지 추가돼 기업의 피해가 가중됐다.

A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가 천재지변이지만 장기적으로 사태가 이어지면 기업의 손실이 지금 보다 훨씬 커질 것이고, 사태가 종료되더라도 한동안 수주감소가 이어질 것"이라며 "방역도 중요하지만, 위기의 중소기업도 살려야 한다.

정부가 기업의 현실을 파악해 즉시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려움에 부닥친 기업들을 돕기 위해 수원시가 피해 상황 파악에 나섰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수원시가 산업단지 782개 입주기업 가운데 대중국 수출입 업체 127개를 추출해 피해 현황 파악을 위한 공문을 보냈지만, 피해사실을 작성해 보내온 곳은 10곳 뿐이다.

수원델타타플렉스를 담당하는 수원시 관계자는 "기업들에 전화해 어떤 피해를 봤는지를 물어보면 '그걸 말하면 직접적으로 뭘 해줄 수 있느냐?'는 짜증스럽고 퉁명한 말이 돌아온다"면서 "그만큼 기업의 현재 상황이 좋지 않고 위기감을 크게 느낀다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입주 기업 가운데 몇군데가 중국으로부터 원재료 수입을 하지 못해 사실상 가동중단이 됐다는 얘기를 듣고 해당 기업에 인터뷰를 시도했으나,수원시 관계자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말리기도 했다.

수원시는 중국 수출입 업체들이 원자재 수입 중단, 중국 현지와의 통신두절, 재고 증가 등 '3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어 신종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기업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르포] "중국에서 부품 안 들어와 공장 문 닫게 생겼어요"

김경태 수원시 경제정책국장은 "지방세감면이나 납기연장 등은 시가 할 수 있지만, 수출입 관련한 기업의 어려움을 지원하는 것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중국과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중앙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12일부터 신종 코로나 확산 여파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700억원 규모의 특별자금을 지원한다고 10일 밝혔다.

코트라(KOTRA)도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납기지연, 원부자재 부족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비상대책반 반장을 기관장으로 격상하고 전 세계 129개 무역관을 활용해 대응한다고 11일 밝혔다.

중국 진출을 신고한 한국 기업은 2만7천여개이고 이중 약 3천700개사가 활발한 경영 활동을 하고 있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는 10일 중국에 현지법인이 있거나 수출입을 하는 중소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 피해 현황과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4.4%가 이번 사태로 직접적 경영 타격 등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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