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수입 규모는 경기에 따라 춤을 춘다는 점에서 지난해 ‘세수 펑크’는 사실상 예고된 일이었다. 경기 둔화로 인해 기업과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졌는데 세금이 많이 걷힐 리 없었다. 정치권과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세수 펑크를 막으려면 빡빡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오히려 저소득층에 세금을 환급해주는 근로장려세제(EITC)와 자녀장려금(CTC)을 세 배로 늘리는 등 ‘세금 씀씀이’를 키웠다. 5년 만의 세수 결손과 6년 만의 세수 감소(2018년 293조6000억원→2019년 293조5000억원)는 그렇게 현실이 됐다.
세수 줄어도 복지에 '펑펑'…나랏빚 700조원 돌파
6년 만에 줄어든 세금수입

기획재정부는 10일 작년 나라살림을 공개했다. 총세입은 402조원, 총세출은 39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세입은 당초 계획보다 2조1000억원 모자랐다. 정부 세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세수입이 정부 예상보다 1조3000억원 덜 걷힌 탓이었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2018년보다도 1000억원 적었다. 국세수입이 ‘마이너스 성장’한 건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일단 기업의 돈벌이가 시원찮았다. 2019년은 미·중 무역분쟁과 경기 둔화로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모두에 만만치 않은 한 해였다. 국내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가격 폭락’이란 암초에도 부딪혔다. 법인세에서만 7조원(예상 79조2000억원→실제 72조2000억원)이나 ‘펑크’가 난 이유다.

‘퍼주기’성 세금 지출 확대도 세수 감소에 한몫했다. 대표적인 게 저소득층 등에 세금 환급 형태로 돌려주는 EITC와 CTC다. 2018년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6000억원으로 늘렸고, 그만큼 세수는 줄어들었다. 유류세와 증권거래세를 깎아준 것도 각각 세수를 1조9000억원과 7000억원 갉아먹었다.

우한 폐렴으로 ‘세수 참사’ 벌어지나

정부는 지난해 8월 ‘2020년 예산안’을 짜면서 국세수입을 292조원으로 잡았다. 이날 공개한 작년 국세수입보다 1조5000억원 적은 수치다. 전년도 기업 실적을 토대로 거두는 법인세의 특성을 반영해 올해 세수 사정이 만만치 않다고 정부 스스로 인정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전년 대비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올해 세수가 정부 예상을 크게 밑돌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예상한 올해 법인세수는 64조4000억원. 작년 실적보다 8조2000억원 낮게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상당수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든 만큼 실제 법인세수는 이에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재벌닷컴이 집계한 매출 10조원 이상 13개 상장기업의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은 33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75조8000억원) 대비 56% 줄어들었다.

우한 폐렴도 변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한 폐렴은 내수와 수출시장 모두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며 “우한 폐렴이 장기화되면 세수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성수영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