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이었다.

차창으로 펼쳐지는 겨울 바다가 가슴을 뛰게 했다.

연인을 위한 프러포즈 룸은 더욱 매력적이다.

밸런타인데이를 맞는 연인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 아닐까.

[기차여행] 움직이는 풍경 미술관…동해안 바다열차
1980년대 말 청춘을 보낸 '응팔' 세대의 심금을 울렸던 가요 '겨울 바다'. 가수 유영석을 중심으로 한 밴드 푸른하늘의 히트작이다.

당시 이 노래는 겨울 여행의 트랜드를 바꿔놓았다.

너도나도 겨울 바다로 떠났으니까.

지금은 겨울에 바닷가로 떠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바다열차는 강릉역에서 출발해 삼척해변역까지 총연장 53km 구간을 달리는 관광열차다.

주중에는 2회, 주말은 3회 왕복으로 동해안의 강릉, 동해, 삼척 3개 지자체를 관통한다.

정차 역은 강릉·정동진·묵호·동해·추암·삼척해변역 6개 역이다.

편도 1시간 10분이 소요되며, 한 번에 150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총 4량의 열차는 연인석과 가족석, 프러포즈룸 등의 주제로 꾸며져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관광지마다 설명이 제공될 뿐만 아니라 DJ가 탑승객의 사연을 읽어주거나 문자 퀴즈도 진행한다.

승객들은 지루할 틈이 없다.

[기차여행] 움직이는 풍경 미술관…동해안 바다열차
◇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
미리 기차표를 예매하고 삼척해변역으로 갔다.

삼척해변역에서 출발해 강릉까지 올라오는 스케줄이다.

KTX를 타고 가거나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면 편하게 이동할 수 있지만, 여러 군데를 들러야 하는 사정이 있어 승용차로 삼척에 도착했다.

그런데 '삼척해변역 앞에는 주차공간이 여의치 않아 삼척해수욕장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라'는 안내 문구가 떠올랐다.

내비게이션에 삼척해수욕장 공영주차장을 찍으니 추암역 앞이 나오는 게 아닌가.

직접 가보니 역시 추암역 앞이다.

삼척해변역에서 타는 스케줄이었지만, 계획을 변경해 추암역에서 기차를 타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동해안 일출 명소인 추암을 들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삼척해변역은 잊기로 했다.

추암에서 멋진 일출을 구경한 뒤 조금 기다리니 4량짜리 미니 기차가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 기관차가 앞뒤에 있고, 흰색 객차 2량이 가운데 붙어있는 구조다.

그런데 의외로 삼척해변역이 아니라 추암역에서 기차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추암 일출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타고 내리는 구간을 잘 계획하면 강릉의 오죽헌이나 커피거리, 동해의 논골담길, 추암 등지를 둘러볼 수 있다.

[기차여행] 움직이는 풍경 미술관…동해안 바다열차
◇ 다양한 프로그램 즐기다 보면 어느새 종착역
예약한 특실에 들어가니 포근한 느낌의 좌석이 모두 바닷가를 향해 있다.

추암을 지난 열차는 서서히 피치를 올렸다.

안인 바다와 정동진 바다 등 청량한 동해 풍경에 감탄한다.

퇴역한 해군 군함인 전북함도 나타났다 사라진다.

열차 방송을 통해 진행되는 퀴즈 등에 참여하다 보면 어느새 강릉역이다.

퀴즈는 문자로 응모하면 되는데, 당첨자는 예쁜 물병 등 기념품을 상품으로 받는다.

강릉역에 내리니 20여분 시간이 남는다.

다시 삼척해변역으로 가는 기차표를 예약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강릉을 찾았는데 곧바로 기차에 오르려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급히 내려 대합실로 향했다.

어묵 매장이 눈에 띄었다.

부산 어묵집들이 한동안 호황이었는데, 강릉에도 제대로 된 어묵집이 있었다.

새벽에 나오느라 아침을 걸렀더니 출출했다.

어묵과 어묵 김밥을 주문했다.

어묵 김밥은 내용물이 전부 어묵 일색인 특이한 김밥이었다.

그래도 짭조름한 어묵 맛이 김밥 맛을 확 살려줬다.

[기차여행] 움직이는 풍경 미술관…동해안 바다열차
◇ 연인·부부에겐 프러포즈룸 '강추'
어묵과 김밥으로 배를 채운 뒤 다시 바다열차에 올랐다.

이번에는 특실이 아니라 프러포즈룸이다.

연인들에겐 최상의 선택으로 보이는 프러포즈룸은 전체적으로 약간 좁은 느낌이다.

하지만 막상 자리에 앉으니 좌석 공간은 좁지 않아 보였다.

잘 살펴보니 의자가 2인용이라기보다는 약간 좁은 4인용인 것 같다.

어린이 2명이 포함된 가족이라면 4인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는 서서히 움직였고, 올 때는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더구나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2인실이라 분위기는 로맨틱하다.

테이블 위에는 초콜릿과 포도주까지 놓여있다.

프러포즈 룸을 예약하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기차여행] 움직이는 풍경 미술관…동해안 바다열차
가끔 나타났다 사라지는 푸른 동해 풍경이 액자 속 그림 같다.

프러포즈 룸은 다른 승객들과 섞이지 않아서 좋았다.

연인들이 밸런타인데이나 사랑을 고백할 때 이용하면 최적의 장소가 될 것이다.

추암역에서 단체 여행객이 우르르 내린다.

새벽에는 한적했던 추암 주변이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개통한 지 13년이 됐지만, 성수기에는 만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이해가 됐다.

[기차여행] 움직이는 풍경 미술관…동해안 바다열차
◇ Information
코레일 관광개발의 바다열차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할 수 있다.

직접 운전을 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단체여행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2월 KTX 동해역 개통으로 바다열차 운행 시간이 변경될 예정이어서 홈페이지 등을 잘 살펴보는 것이 좋다.

국내 여행 전문회사들은 KTX를 이용한 1박 2일 바다열차 연계 온천 힐링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상품은 바다열차 탑승, 추암 촛대바위, 안목 커피 거리 등을 둘러보고 덕구온천에서 힐링 온천욕 및 숙박을 하는 여행상품이다.

강원 나물 영양밥, 대게 전골 등 다양한 별미도 맛보고 서울로 돌아온다.

당일 상품도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