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만 누리텔레콤 회장 "애국심 없이 한국서 기업하기 힘들다"
조송만 누리텔레콤 회장(사진)은 1992년 통신시스템 분야 엔지니어 경력을 밑천으로 회사를 차렸다. 코스닥 상장사인 누리텔레콤은 지능형 원격검침(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시스템과 시스템관리 소프트웨어 등을 주력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침이 심한 관련 업계에서 사반세기 이상 강소기업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략망) 시장 트렌드에 맞춰 국내외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이에 안주하지 않고 통신 게임 바이오 등 7개 계열사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수익모델을 보강해왔다. 이 같은 일련의 행보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조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빼놓곤 설명이 안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랜만에 만난 조 회장은 “‘어정쩡한’ 애국심이 없으면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본지에 게재된 ‘실업급여 노린 취업 메뚜기, 인력난 중기 두 번 운다’(1월 24일자 1, 5면 참조)는 기사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는 “정책이 취업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실업 상태를 부추기는 게 말이 되느냐”며 “생산직 근로자 평균 연봉이 2500만원 수준인데도 지방에선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 단순히 개별기업의 인건비 부담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 인력시장으로 ‘쏠림 현상’을 초래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남 나주 혁신도시와 인천 송도의 2개 생산공장 운영과 관련, “나주에선 상시 인력 부족으로 애를 먹고, 송도에선 직원들 잔업수당을 챙겨주기 위해 없는 일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지 않은 것을 가끔씩 후회한다”고 덧붙였다.

누리텔레콤은 지난해 7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회사 측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조 회장은 “잠정 보류됐던 해외수주가 재개되면 실적은 좋아질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판매 외에 공유와 렌털 개념을 도입하는 등 사업의 본질적 변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내부 승진 인사를 통해 김영덕 대표와 각자 대표체제로 회사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경영 공백 없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조 회장은 “회사 조직원에게 매출 20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달성하면 미련 없이 은퇴하겠다고 시기를 못 박았다”며 “올해나 내년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손성태 중소기업부 부장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