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하루에 둘러보는 '애기나·포로스·이드라' 섬

신들의 나라 그리스는 섬들의 나라이기도 하다.

그리스에는 암초까지 포함하면 6천여개의 섬이 있다.

이 중 227개 섬에 사람이 산다.

섬에서도 신화와 역사를 떼어놓을 수 없다.

[신들의 도시, 섬들의 나라] ③ 섬들의 나라 맛보기

신들의 왕 제우스가 태어났다는 크레타섬은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고향이기도 하다.

태양의 신 아폴론과 풍요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태어난 델로스섬은 가장 중요한 고고학적 유적지 중 한 곳이다.

바로 옆의 미코노스와 산토리니는 한국 사람들에게 그리스의 이미지를 눈이 시리도록 하얗고 푸른색으로 각인시킨 대표적인 관광지다.

[신들의 도시, 섬들의 나라] ③ 섬들의 나라 맛보기

◇ 당일치기 섬 여행
계획도 준비도 없이 그리스를 찾았는데 좋다고 눌러앉을 수는 없고, 시간도 부족한 무지한 여행자에게 단비 같은 정보가 있었다.

저 유명한 섬들은 아니지만 아테네에서 가까운 섬 세 곳을 하루에 둘러보는 '원 데이 크루즈'였다.

목적지는 사로니코스 만에 있는 애기나, 포로스, 이드라 섬. 이른 아침, 숙소로 픽업 온 차를 타고 온갖 배가 오가는 피레우스 항구에서 조금 떨어진 유람선 선착장으로 향했다.

찌뿌드드한 하늘이 불안하더니 바람이 제법 거세게 불었다.

다소 무겁고 우중충한 분위기는 애교 넘치고 귀여운 아저씨 두 명으로 단출하게 구성한 선내 악단이 살려냈다.

남미에서 온 단체 관광객을 확인하더니 아마도 매우 유명한 것이 분명한 신나는 스페인어 곡을 연주했다.

흥 넘치는 이 단체 관광객은 벌떡 일어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고 다른 탑승객들까지 합세해 신나는 춤판이 벌어졌다.

종일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는 날씨였지만 작고 아름다운 섬의 소박한 정취에 빠져들 시간이 부족한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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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귀를 타는 섬
처음 도착한 곳은 아테네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드라 섬이었다.

잔뜩 흐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항구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자마자 천둥이 우르르, 번개가 번쩍 요란하게 환영을 해줬다.

요트와 어선이 빼곡한 선착장을 둘러싼 메인도로에는 시계탑을 중심으로 상가와 식당, 카페들이 이어지고 뒤쪽 언덕으로 빨간 지붕을 인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이 정다웠다.

2천명 남짓의 섬 주민 대부분이 이곳에 모여 산다.

부슬비가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했지만,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기념품점으로, 카페로, 박물관으로 흩어졌다.

이 작은 섬에는 자동차가 없다.

주민들의 교통수단은 당나귀다.

이곳을 찾는 여행객에는 좋은 관광 상품이기도 하다.

한 가족이 비를 맞으면서도 웃음을 터뜨리며 나귀 등에 올라탔다.

작은 골목골목을 엿보며 한적한 길을 산책하는데 빈 나귀를 끌고 가는 주민이 이곳저곳에 고양이 사료를 덜어놓고 있었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깨끗하고 어여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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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맛본 지중해의 햇살
포로스 섬에 가까워지자 해가 반짝 고개를 내밀었다.

겨울에 접어들었지만, 어느 신이 '옜다, 맛이나 봐라' 하며 잠깐 선사해 준 것 같은 지중해의 햇살이 눈부셨다.

펠로폰네소스 반도 사이의 해협과 해안에 정박해 있는 요트는 더욱더 하얗게, 빨간 지붕과 다양한 색으로 장식한 창문은 더욱 알록달록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항구에 닿자 바위 언덕 위에 솟아있는 하얀 시계탑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겉옷을 벗어들고 팔과 어깨를 드러낸 사람들과 함께 남쪽 해안선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파란 하늘과 투명한 바다 위에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며 맑은 공기를 들이마셨다 내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신들의 도시, 섬들의 나라] ③ 섬들의 나라 맛보기

◇ 사로니코스만의 석양
사로니코스만에서 가장 큰 섬인 애기나는 만의 한 가운데 있다.

역삼각형 모양의 섬 북서쪽에 있는 항구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저녁의 황금빛 햇살이 비껴들기 시작할 때였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부두에 서 있는 하얀 외벽의 아주 작은 정교회가 외지인들을 맞았다.

항구를 따라 늘어선 큰길에는 카페에 앉아 늦은 오후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과 마차를 타고 신이 난 사람들이 뒤얽혔다.

북쪽으로 뾰족 솟아오른 유적지의 흔적을 향해 걸었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나오는 사람과 해변에 앉아 노을을 기다리는 사람을 지나니 아폴론 신전을 포함한 고고학 유적지와 박물관이 나왔다.

기원전 5세기 애기나의 아크로폴리스였던 이곳은 19세기 이후 시작된 발굴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단 한 개의 기둥만이 남은 가장 높은 곳에 서니 남쪽으로 석양을 받고 있는 애기나 시내가 내려다보였다.

북쪽의 텅 빈 코로나 해변은 하염없이 빛났을 한여름을 떠올리게 했다.

석양을 따라 점점 붉고 진해지는 돌을 천천히 밟으며 내려왔다.

언덕배기를 채운 빨간 지붕 위 하늘이 분홍빛으로, 보랏빛으로 변해갈 때 새하얀 달이 떠올랐다.

[신들의 도시, 섬들의 나라] ③ 섬들의 나라 맛보기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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