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멈춘 현대車의 상생…1兆 풀어 협력사 챙긴다
현대자동차그룹(수석부회장 정의선·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협력사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 협력사들의 중국내 부품(와이어링 하니스) 공장이 조기에 가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산둥성 지방정부와 협의도 시작했다. 사태 장기화로 협력사가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현대차그룹은 중소 부품 협력사를 위해 3080억원 규모의 경영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6일 발표했다. 납품대금 5870억원 및 부품 양산 투자비 1050억원을 조기에 결제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에 부품을 공급하는 350여 개 중소 협력사가 지원 대상이다.

경영자금 무이자 지원은 이달 중순부터 한다.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부품사들이 필요할 때 현대차에서 자금을 빌려 쓸 수 있다.

납품대금 결제일은 15일가량 앞당긴다. 이달 중순 결제할 예정이던 납품대금을 이번주 지급하고, 다음달 중순에 지급할 대금은 이달 말 주기로 했다. 부품 양산 투자비도 조기에 지급한다. 현대차그룹은 자금 지원을 받은 1차 협력사들이 2, 3차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앞당겨 줄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대금 조기 지급 효과가 2, 3차 협력사까지 이어지면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선순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의선 "우리도 어렵지만 협력업체부터 챙겨야"
전주 트럭공장 올스톱 …버스라인 11일 멈출 듯
< 멈춰선 현대차 전주공장 >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트럭 생산이 6일 중단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배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를 공급하는 중국 협력사 공장이 가동을 멈춘 탓이다.  연합뉴스
< 멈춰선 현대차 전주공장 >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트럭 생산이 6일 중단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배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를 공급하는 중국 협력사 공장이 가동을 멈춘 탓이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중소 부품 협력사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붕괴되는 일을 막아야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직접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우리도 어렵지만 더욱 어려운 협력업체부터 챙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부품 협력사들이 최대한 빨리 중국 공장을 재가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할 방침이다. 중국 현지에서 와이어링 하니스를 생산하고 있는 부품 공장이 지원 대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이들 부품 공장이 멈춰선 탓에 현대차 국내 공장 가동도 지난 4일부터 중단됐다. 기아차도 재고 물량이 소진돼 오는 10일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유라코퍼레이션과 경신, 티에이치엔(THN) 등 협력사의 중국 공장에서 와이어링 하니스를 공급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중국 내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 공장의 방역 시스템을 완비했다. 협력사와 함께 작업장 소독을 마쳤고,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했다. 마스크와 체온기, 세정제 등도 공급했다.

현대·기아차는 산업통상자원부 및 외교부와 함께 일부 부품 공장이라도 생산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중국 산둥성에 공문을 보냈다. 국내 협력사의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 공장은 대부분 산둥성에 있다.

현대차그룹 임원들도 나서 산둥성 정부 관계자들과 생산 재개 방안을 협의하는 중이다. 중국 칭다오 총영사관도 산둥성 정부 관계자들에게 공장 조기 가동 필요성을 설명했다. 가동에 필요한 조치 등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중국 외 지역에서 와이어링 하니스를 공급받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 및 동남아시아에서 부품 조달을 확대하고, 중국 생산이 재개되면 항공기 등을 이용해 운송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