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그룹의 조원태 회장이 6일 일반주주 표심을 잡기 위해 재무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대한항공의 경영쇄신안을 내놨다. 7일에도 한진칼 이사회에서 주주친화적인 경영쇄신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반면 '반(反) 조원태 연합' 일원인 KCGI(강성부펀드)는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견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휴자산인 송현동 부지와 비주력사업인 왕산마리나 매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내용을 담은 주주총회 안건을 의결했다.

아울러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했다.

우선 대한항공은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소재 보유 토지(3만6642㎡)와 건물(605㎡)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2월 안정성 및 수익성 향상을 달성하기 위한 ‘비전2023’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약속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인천시 중구 을왕동 소재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왕산레저개발은 2016년 준공된 해양레저시설인 용유왕산마리나의 운영사로 대한항공이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연내 매각 완료를 목표로 주간사 선정 및 매각공고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측은 "비수익 유휴자산과 비주력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의 적극적 의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매각을 결정한 두 사업 모두 공교롭게도 그룹 내 호텔·레저사업에 애착을 가졌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관계가 있는 사업이다. 왕산레저개발은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 전까지 대표를 맡은 회사이고,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과거 한옥 호텔 건립 등을 추진했던 부지이다. 송현동 부지 매각의 건은 과거 KCGI가 요구한 내용이기도 하다.

또한 대한항공은 이날 이사회에서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안건을 의결했다. 대한항공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키로 했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사내이사인 우기홍 사장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하고, 사외이사인 김동재 이사를 신규 위원으로 선임 의결했다.

이사회는 이날 지배구조 투명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설치를 권고하고 있는 거버넌스(지배구조)위원회 설치도 의결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주주가치 및 주주권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 검토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같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김 이사를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지배구조헌장 제정,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에 사외이사 선임, 보상위원회 설치 등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와 사외이사의 독립성 제고를 위한 조치들을 시행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향후에도 기업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개선 및 사업구조 선진화 등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추가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시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 회장 측은 오는 7일 한진칼 이사회에서도 경영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및 일반주주의 표심을 확보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한·KCGI·반도건설 등 '3자 동맹' 연합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다.
자료=한국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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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날 3자 동맹의 일원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현 경영진이 내는 방안에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밝히며 조 회장 측 견제에 나선 상황이다.

KCGI는 '공동보유 합의에 대한 KCGI의 입장' 보도자료를 통해 "(3자 동맹의) 공동보유 합의 이후 한진그룹 경영진이 뒤늦게 새 경영 개선 방안을 내고 주주들과 논의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주주를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아닌 거추장스러운 '외부 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유지하는 경영진이 내는 방안에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음달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맞붙는 양 측은 현재 지분 차이가 1%대로 크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에 30%를 웃도는 일반주주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을 지지하면서 조 회장측의 한진칼 지분율은 33.45%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는 3자 동맹의 지분(32.06%·의결권 기준 31.98%)을 근소한 차이로 앞선 수준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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