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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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업계 선두주자인 GS칼텍스가 비상을 준비 중이다. 종합 석유화학 회사로서의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사업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생산공정을 디지털화하는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여수에 2조7000억원 규모 올레핀 사업 투자

GS칼텍스는 전남 여수의 43만㎡ 부지에 올레핀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여수2공장 인근으로 이 공장에만 2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공장이 완공되는 내년부터는 연간 에틸렌 70만t, 폴리에틸렌 50만t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에틸렌과 폴리에틸렌, 프로필렌 등은 우리가 쓰는 비닐, 용기, 일회용품 등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유분이다. 다른 공장과의 차이점은 원료로 나프타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정유공장에서 나오는 액화석유가스(LPG)와 부생가스 등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GS칼텍스의 정유공장에서 나오는 유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GS칼텍스 여수공장은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4위 규모다. 이곳에서 정제한 원유는 하루 80만 배럴에 달한다. 1967년 창립 초기부터 지난해까지 이곳에서 정제한 원유만 89억 배럴로, 드럼통(200L 기준)에 넣고 한 줄로 세우면 지구를 155바퀴 돌 수 있는 규모다. 인근에 올레핀 생산시설을 짓는 이유이기도 하다.

회사 관계자는 “올레핀 공장과 기존 생산설비를 연계 운영하면 사업영역 확장을 통해 연간 4000억원 이상의 추가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며 “시너지를 창출해 다른 석유화학사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이와 함께 원유 도입처를 다변화하는 등 경제성 있는 신규 원유 발굴 및 도입에도 힘쓰고 있다. 2018년 기준 전체 매출의 약 72%를 차지하는 수출에서도 지역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모빌리티 허브 구축 나서

GS칼텍스는 4년 전부터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진출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전국 약 2400개 주유소 등 인프라를 활용해 전기자동차, 카셰어링 등의 사업 분야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 기회를 적극 찾아나서고 있다.

첫 투자는 앱을 통해 고객과 자동차 수리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카닥이었다. 국내 대표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로 자리잡은 카닥에 2016년 투자한 데 이어 이듬해엔 블루투스 기술을 활용한 커넥티드카 전문회사인 오원에 투자했다. 2018년에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와 손잡고 미래 자율주행 시대의 핵심 요소인 모빌리티 거점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라면 경쟁사와도 손을 잡는다. GS칼텍스는 2018년 SK에너지와 함께 양사가 갖고 있는 주유소를 거점으로 택배 집하 서비스를 제공하는 ‘홈픽’이란 브랜드를 론칭했다.

주유소도 변신 중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월 LG전자와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일부 주유소에 초고속 멀티 충전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 부천, 고양, 의정부, 울산, 부산, 광주 등의 37개 주유소에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서울 강동구 내 주유소와 LPG 충전소 옆 부지에 수소충전소를 짓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휘발유, 경유, LPG, 전기, 수소에 이르는 모든 연료 공급이 가능한 ‘토털 에너지 스테이션’이 수도권 최초로 구축된다.

디지털 전환에도 박차

GS칼텍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사적으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운영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인텔리전트 플랜트’ 구축을 목표로 ‘2030 통합관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통합관제센터는 생산본부 내 30만 개 이상 설비에 연결된 공정의 설비 상황을 실시간으로 통합 모니터링한다. 이를 통해 원유 입고부터 제품 출하까지 각 단계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고 최적의 생산을 관리해 나갈 수 있다.

GS칼텍스는 공장 운영 과정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하기 위해 ‘디지털 트윈’도 구축하고 있다. 사이버상에 GS칼텍스 생산본부와 동일한 쌍둥이 공장(디지털 트윈)을 구축해 현실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모의실험을 할 수 있다. 생산 효율성을 극도로 높이기 위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6년간 운전영역의 디지털 트윈 구축을 완료해 2018년부터 일부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며 “디지털 트윈을 영역별로 구축한 뒤 이를 통합하고 정교화해 2030년까지 단계별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생산뿐 아니라 고객서비스 측면에서도 디지털화하고 있다. 주유소를 방문하면 인공지능(AI)이 차량 데이터를 통해 이상 유무를 진단하고 수리를 추천하는 ‘인공지능 디지털 사이니지’ 등의 서비스를 올 하반기까지 서울 신사동 지역에 구축할 예정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