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 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화학
LG화학 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 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화학
지난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곤혹을 겪었던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는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증후군(우한 폐렴) 피해를 입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중국 배터리 공장이 멈춰섰다. 우한 폐렴 확산을 막고자 지방 정부가 휴업 명령을 내린 탓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춘제(중국의 설) 연휴를 오는 9일까지 연장했지만 이들 공장은 평소 연휴처럼 최소한의 인력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LG화학은 난징에, SK이노베이션은 창저우에 배터리 공장을 두고 있다. 이들 공장은 10일부터 재가동될 예정이다. 삼성SDI의 경우 지방 정부의 방침에 따라 톈진·시안 등 3개 공장이 정상 가동 중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은 금지된 탓에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모두 유럽으로 직송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휴업은 9일까지로 예정됐지만 10일 정상가동이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 우한 폐렴 진원지인 후베이성은 연휴를 13일까지 다시 연장했다. 후베이성과 인접했거나 확진자가 많은 다른 지역도 연휴 연장에 동참할 가능성이 남는다.

모든 중국인이 고향을 방문하는 춘제 기간, 다른 지역을 방문한 이들에게 14일 간의 자가 격리를 명령하는 지방 정부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린성, 네이멍자치구, 저장성 항저우, 산시성 시안, 랴오닝성 다롄 등은 외지에서 복귀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격리 조치를 시행한다.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배터리 셀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배터리 셀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업계 관계자는 "각자 고향을 다녀온 현지 직원들이 자가격리 탓에 정상 출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할 것"이라며 "전염을 우려한 지방 정부들은 사람이 한 곳에 모이는 자체를 불편해하기에 기업들의 휴업 연장이 이뤄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ESS 화재 대응에 총력을 기울였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이에 관련한 일회성 비용을 작년 4분기 각각 3000억원, 2000억원 반영했다. 그 결과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에서 영업손실 4543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는 중대형 전지 사업에서 최대 5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SK이노베이션도 3000억원대 영업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확산 원년'으로 꼽히는 올해 실적 개선에 큰 기대를 걸어왔다. 테슬라, 폭스바겐 등 전기차 강자들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고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도 강화됐기 때문이다. 내년 말부터는 환경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면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야 하기에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우한 폐렴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부터 공장이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사태가 장기화될 우려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여름 폭스바겐 보급형 전기차 ID.3 등이 출시된다. 중국 공장 없이 배터리 생산량을 맞춰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업체들의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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