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이사회 날짜를 세 번 연속 미뤘다. 이에 따라 지난해 경영실적 발표도 세 차례 연기됐다. 회사 측은 “내부 사정에 의해 일정이 조정됐을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경영난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쌍용차에 무슨 일이…이사회 3연속 연기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당초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 등의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사회 전날(지난달 30일) 갑자기 일정을 이달 3일로 조정했다. 쌍용차는 3일 오후가 되자 다시 이사회 날짜를 하루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4일에도 이사회 연기는 반복됐다. 이번엔 아예 “추후 이사회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를 언제 할지 결정하지도 못한 것이다.

쌍용차가 이례적으로 이사회 날짜를 거듭 미루자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을 것”이라며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올해 사업 계획을 보고해야 하는데 그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사업 계획에 계속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쌍용차가 이사회를 열지 못하는 건 마힌드라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이사회가 연기됐다는 설도 제기된다.

쌍용차 이사회가 재무제표를 승인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경영실적 발표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약 2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2934억원 적자) 이후 가장 큰 폭의 적자다.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서 이 기간 누적 적자 규모가 3000억원을 넘었다.

올해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달 국내외 차량 판매량은 7653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4% 줄었다. 2011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공장 문도 닫았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부품(와이어링 하니스)을 공급받지 못해 4~12일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