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공언한 금융위…'DLF사태' 중징계로 자충수 두나
해외 금리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 지었지만 최종 결정의 열쇠는 금융위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기관 제재와 과태료 수위는 금융위가 의결하고, 금감원의 제재 효력도 이때부터 발생한다.

기로에 선 손 회장의 운명도 여기에 달렸다. 우리금융의 3월 주주총회 이후에 의결이 이뤄지면 연임이 가능해진다. 금융위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3월 초까지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일각에선 이런 움직임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금융위가 우리금융을 완전 민영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17.25%를 올해부터 2022년까지 매각하기로 했다.

은행에 중징계를 확정하면 이 계획이 당분간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의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계열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차기 회장·행장이 모두 불투명해지면서 지배구조 리스크가 극대화돼 있다”며 “영업정지 등 기관 중징계가 더해지면 주가는 더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주가는 DLF 사태 이후 곤두박질쳤다. 겨우 1만원 선에 턱걸이를 하고 있다. 예보가 투입한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팔아야 하는 주당 가격(1만3000원대)보다 30%가량 낮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가가 1만3000원 이상으로 돌아갈 때까지는 매각 작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우리은행 민영화 3대 원칙’으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등을 제시했다. 최근 움직임은 세 가지 모두를 요원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결정에 금융사 전체의 경영과 지배구조가 흔들리는데 투자자들이 마음껏 투자를 할 수 있겠냐”며 “완전 민영화를 바라는 건지 계속 ‘관치’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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