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편안한 패션.’ 스위스 럭셔리 브랜드 ‘발리(BALLY)’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1851년 구두 공방으로 시작한 발리는 오랜 역사만큼 남다른 구두 제조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두로 시작했지만 스니커즈, 핸드백, 여성복, 선글라스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옛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레트로(복고풍) 스타일의 신제품을 여럿 선보이고 있다.
‘자연에서 온 그래픽’
패션 전문기업 한섬이 수입·판매하는 발리는 올 봄·여름 컬렉션의 콘셉트를 ‘자연에서 온 그래픽(Graphic by Nature)’으로 잡았다. ‘건축과 예술, 자연이 어우러진 집’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서 의미하는 ‘집’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의 주택을 넘어 ‘좋은 추억과 희망이 살아 숨쉬는 공간’을 뜻한다. 발리의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담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색상도 자연에서 따왔다. 은은한 하늘의 색상을 표현한 페일블루, 나무와 숲에서 착안한 베이지, 꽃에서 따온 핑크와 레드 등이 주를 이룬다. 또 산 정상에서 바라본 일출과 일몰을 표현하기 위해 은은하게 번지는 그라데이션 기법을 슈즈, 액세서리 등에 적용했다. 자연스러운 색상 위에 ‘팝 아트’ ‘아카이브 그래픽’ 등을 더해 편안한 디자인을 세련되게 소화하려는 직장인을 겨냥했다.
복고풍 디자인 적용
올 봄·여름 제품은 주로 1980~1990년대 출시했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았다. 당시에 인기를 끌었던 ‘BB 프린트’는 발리를 대표하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BB 프린트는 알파벳 B를 그래픽으로 교차되도록 만든 패턴이다. 대표 제품으로는 ‘자넬 슈즈’를 꼽을 수 있다. 큼지막한 스퀘어 버클이 달린 이 신발은 1969년 빈티지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신발 뒤축을 접어 뮬처럼 신을 수도 있다.
2018년 봄·여름에 처음 출시한 뒤 꾸준히 잘 팔리고 있는 ‘갤럭시 라인’도 새로 내놨다. 커플 슈즈를 찾는 소비자를 겨냥해 유니섹스 스타일로 제작한 ‘가비니아 스니커즈’가 대표적인 갤럭시 라인 제품이다. 스웨이드 소재에 여러 색을 섞었고 BB 프린트도 넣었다. 가벼운 인솔(밑창)을 사용해 발리 신발 중 무게가 가장 가볍다. 디자인이 무난해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린다.
복고풍 디자인을 적용한 ‘헨리카 스니커즈’는 3㎝ 두께의 고무 아웃솔(바닥창)을 적용해 착화감이 좋다. 이 신발에도 BB 프린트를 사용했다. 양쪽 옆면에는 발리의 시그니처인 스트라이프를 넣었다.
실용적인 가방도 주목
‘델리아 멀티 토트백’(왼쪽)은 캔버스 소재로 편하게 들기 좋다. 남성용 가방 ‘하이포인트’는 부드러운 미국산 그레인 가죽을 썼다.
가방도 복고풍 제품을 여럿 선보였다. ‘델리아 멀티 토트백’은 캔버스 소재로 편하기 들기 좋다. 발리의 인기 가방들처럼 손으로 드는 토트백 손잡이를 달았다. 어깨에 멜 수 있는 숄더 스트랩도 포함돼 있다. 가방을 여닫는 부분에 스냅 버튼을 달았고 가방 전면에는 발리 로고를 넣었다.
다용도로 쓸 수 있는 가방도 출시됐다. ‘해리엇 멀티 숄더백’은 백팩과 숄더백, 크로스백 등 상황에 따라 다르게 연출할 수 있다. 고급스러운 뱀가죽을 사용했다. 손잡이와 가방의 윗부분, 몸통을 각기 다른 색상과 패턴으로 제작한 게 특징이다.
BB 프린트의 ‘자넬 슈즈’. 큼지막한 스퀘어 버클이 달린 이 신발은 1969년 빈티지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다.
발리를 상징하는 스트라이프는 올봄 신제품에도 적용됐다. ‘사디에 핸드백’은 면을 코팅한 캔버스 소재(코티드 자카드)를 써 무게도 가볍고 관리하기도 쉽다. 가방 윗부분엔 발리 로고를 새겼고 토트백, 크로스백 등으로 들 수 있다.
‘델리아 멀티 토트백’(왼쪽)은 캔버스 소재로 편하게 들기 좋다. 남성용 가방 ‘하이포인트’는 부드러운 미국산 그레인 가죽을 썼다.
남성용 가방 ‘하이포인트’는 심플한 가죽을 사용했다. 가방 앞면엔 스트라이프 무늬와 발리 로고를 넣었다. 부드러운 미국산 그레인 가죽(여러 차례 무두질해 부드럽게 가공한 가죽)을 썼다. 내부는 방수가 가능하다. 수납공간이 넉넉해 짧은 출장용으로 쓰기도 좋다. 발리의 올 봄·여름 컬렉션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판교점, 목동점 등 15개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살다 보면 그다지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 세이셸에 가면 철썩이는 바다와 푸른 하늘 두 가지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걸 알게 된다. 자연이 주는 위로가 무엇인지 느끼게 된다. 해변에 우뚝 서 있는 기암괴석은 놀라움을 안겨주고 자이언트 육지 거북은 즐거움을 선물한다. 윌리엄 왕세손 부부의 허니문 여행지이자 데이비드 베컴이 결혼 10주년 여행지로 선택한 세이셸. ‘천국과 가장 가까운 섬’ 세이셸로 떠나보자. 유럽 분위기가 풍기는 인도양 섬나라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가 선정한 세계 최고 해변으로 꼽힌 섬나라 세이셸. 세이셸을 특별하게 해주는 것은 변화무쌍한 화강암 해변이다. 햇빛의 각도에 따라 회색빛과 오렌지빛을 내는 거대한 화강암은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 촬영지로도 유명한 앙스 소스 다종 해변은 세이셸에 가야 할 이유를 알려준다.‘죽기 전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에 꼽히는 세이셸은 셀럽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윌리엄 왕세손 부부는 허니문 여행지로, 데이비드 베컴은 결혼 10주년 기념 여행지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가족여행지로 세이셸을 선택했다.인도양에 있는 작은 섬 세이셸. 공식 명칭은 세이셸공화국(Republic of Seychelles)으로 아프리카 케냐 동쪽으로 1593㎞ 거리에 떠 있다. 크고 작은 115개 섬으로 구성돼 있으며, 세이셸을 대표하는 섬은 마헤(Mahe), 프랄린(Praslin), 라디그(La Digue)다. 이 중 마헤는 세이셸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살고 있는 가장 큰 섬이다. 세이셸의 탄생은 무려 1억5000만 년 전으로 올라간다. 거대한 대륙이었던 곤드와나랜드가 지각변동으로 바다에 가라앉았는데, 그중 남아있는 봉우리가 오늘날 세이셸이다.세이셸은 유럽보다 아프리카에 가깝지만 유럽 분위기가 진하게 풍긴다. 역사를 보면 이유를 감지할 수 있다. 18세기에는 프랑스의 영향을 받았으며, 19세기에는 모리셔스에 속해 있었다. 1903년에는 영국 식민지가 됐고, 19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언어도 프랑스어와 영어, 크레올어 세 가지를 공용어로 사용할 정도로 여러 문화가 혼재한다. 세이셸 사람들은 세이셸로아(Seychellois)라고 부르는데 크레올과 인도, 중국, 프랑스, 영국인의 혼혈 등 다양하다. 친화력이 좋은 세이셸로아는 작은 것에서 만족을 느끼며 단순한 삶을 즐긴다. 인구는 9만여 명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7050달러(2019년 IMF 기준)에 달한다.직선과 곡선의 조화, 앙스 수스 다정 해변세이셸의 수많은 섬 중 가장 인상적인 섬은 라디그(La Digue) 섬이다. 화강암 해변인 앙스 소스 다종(Anse Source d’Ardent)이 이곳에 있다. 세이셸을 대표하는 섬으로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때 묻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신과 자연이 함께 만든 위대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기묘묘한 바위를 바라보며 해변을 여유롭게 산책하다 보면, 세이셸에 ‘천국과 가까운 섬’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해변 풍경도 다채롭다.에메랄드빛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 기암괴석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긴 사람,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해변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까지, 해변에 어우러진 풍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도양의 작은섬, 셀럽들의 로망 여행지가 된 이유자이언트 육지거북이 쓰담쓰담…기암괴석 앞에서 인생샷…라디그는 섬이 아담해 2~3시간이면 대부분 돌아볼 수 있다. 라디그 섬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라디그 섬에는 자전거를 빌려주는 숍이 많다. 한적한 라디그 섬을 여유롭게 돌아보는데 자전거만 한 교통수단이 없다. 라디그 섬의 자전거에는 대부분 수영복과 간식을 넣을 수 있는 아담한 바구니가 달려있어 피크닉 분위기가 난다. 해변을 다 즐겼다면, 자전거를 타고 크레올 전통방식의 코코넛 가공 공장과 바닐라 공장도 천천히 둘러보자.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 빅토리아세이셸에서 꼭 들르는 섬이 주도인 마헤다. 다른 나라와 연결해주는 국제공항이 마헤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로 유명한 세이셸의 수도, 빅토리아(Victoria)도 마헤에 있다. 세이셸의 심장으로 대통령궁을 비롯해 성당, 박물관, 재래시장 등 세이셸의 모든 면을 볼 수 있다. 빅토리아 중심에는 1903년 영국 왕실로부터 받은 영국 빅벤 모양을 본뜬 시계탑이 있고 시계탑 주변에서 마헤의 행사들이 주로 펼쳐진다.빅토리아에서 가장 북적이는 거리는 레볼루션 애비뉴와 퀸시 스트리트 주변으로 세이셸 토착예술품을 볼 수 있는 갤러리가 있다. 18~19세기 프랑스와 영국 식민지 시대에 세워진 2층 건물도 남아있어 고풍스러운 건축물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세이셸 사람들의 먹거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셀윈 클라크 마켓(Sir Selwyn Clarke Market)은 1840년 문을 연 유서 깊은 재래시장이다. 세이셸에서 군의관으로 일한 영국인의 이름을 따 셀윈 크라크 마켓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시장에는 흥미로운 식재료와 기념품으로 넘친다. 인도 문화 영향으로 다양한 향신료도 가득 쌓여 있었다. 바닐라와 레몬그라스 등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재료들도 구할 수 있고, 유명한 세이셸 거북이 그려진 티셔츠를 비롯해 기념품도 볼 수 있다.섬 하나를 더 꼽으라면 마헤에서 북동쪽으로 45㎞ 떨어져 있는 프랄린 섬을 추천한다. 에덴동산이라고 불리는 발레 드메(Vallee de Mai) 국립공원이 프랄린에 있다. 발레 드 메 국립공원은 ‘오월의 계곡’이라는 뜻을 가진 곳으로, 1983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록돼 보호받고 있다. 키 큰 야자수가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어, 마치 거인의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원시림과 함께 발레 드메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코코 드 메이르(Coco de Mer)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씨앗으로 알려진 코코 드 메이르는 특이한 생김 때문에 한번 보면 잊을 수가 없다. 나무 열매가 암수에 따라 여성의 엉덩이와 남성 성기를 닮았기 때문이다. 공항을 비롯해 대부분 기념품 가게에서 코코 드 메이르 마그네틱을 판매할 정도로, 세이셸을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다.여행 마무리는 타카마카 럼 한 잔으로세이셸에서 유심히 찾아봐야 할 또 하나는 자이언트 육지 거북이다. 세이셸에서 거북은 친숙한 동물인 데다 개체 수도 많다. 세이셸 인구가 약 9만 명인데, 거북 수는 15만 마리가 넘는다. 애완용으로 집에서 기르기도 한다.세이셸 거북은 수명이 100~225년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동물로 꼽힌다. 이름도 자이언트 육지거북이다. 등 길이는 90~120㎝, 몸무게가 300㎏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하다. 일부 리조트에서는 자이언트 육지거북에게 먹이를 주는 프로그램도 진행하니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자.여행 마지막 날에는 세이셸의 명물 럼을 한잔 마셔보는 게 어떨까. 럼은 사탕수수즙을 발효해 증류한 술로, 타카마카(takamaka) 럼이 유명하다. 해변가에 럼 양조장도 있어 관심이 있다면 양조장에 들러 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200년 전에 팜유를 만들던 농장을 개조해 양조장을 세웠다. 사탕수수를 직접 짜는 과정부터 어떻게 럼을 만드는지, 럼산업의 발전과정 등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참가자들이 가장 흥겨워하는 시간은 투어를 마친 후에 진행하는 시음시간이다. 타카마카에서 만드는 럼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알코올 40%가 넘는 다크 럼은 술 애호가들에게 인기다. 술에 약한 여성들을 겨냥한 코코넛이나 파인애플 같은 과일 향을 넣은 럼도 있다.세이셸=글·사진 채지형 여행작가 travelguru@naver.com여행정보세이셸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에티하드항공을 이용해 아부다비를 거쳐 마헤로 들어간다. 인천에서 아부다비까지 약 10시간, 아부다비에서 마헤까지 약 4시간30분 걸린다. 에티하드항공은 아부다비~마헤를 주 12회 운항한다. 에미리트항공을 타고 두바이를 경유해 갈 수도 있다. 날씨는 전형적인 열대성 기후로 연중 24~31도다. 1년 내내 해수욕을 할 수 있다. 세이셸은 우리나라보다 5시간 느리다. 서울 오전 9시일 때 세이셸은 새벽 4시다. 세이셸은 세이셸루피(SCR)를 사용한다. 1세이셸루피는 한화로 약 85원(2020년 1월). 호텔과 레스토랑에서는 달러와 유로를 쓸 수 있지만, 재래시장은 세이셸 루피만 받는다. 재래시장에서 쇼핑할 생각이라면 넉넉하게 루피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출국 전 예방접종은 따로 필요 없다. 그러나 세이셸과 함께 다른 아프리카 나라를 함께 여행할 계획이라면 황열병 예방접종을 미리 받아야 한다. 비자 없이 90일간 여행할 수 있다. 세이셸 음식은 크레올 음식(Creole Cuisine)이라 불리며 프랑스와 아프리카, 중국, 인도 그리고 영국 요리법의 영향을 받았다.
경상북도와 경북문화관광공사가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맞아 ‘버스 타고 대구·경북여행’ 상품을 내놨다. 단돈 1만원만 내면 대구와 경북의 23개 시·군(10개 시·13개 군)을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는 최고 가성비의 당일 버스여행 상품이다. 전통시장 장보기, 농산물 수확 등 지역과 계절에 맞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참가자에게는 코스마다 지역 특산물로 구성된 푸짐한 기념품도 제공한다.당일 버스여행 상품은 서울과 경기, 부산 등 도시민에게 대구·경북 지역여행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18일 운영한 안동 코스는 예약이 몰리면서 서울 강남역에서만 대형 관광버스 6대가 한 번에 출발했다.버스 타고 대구·경북여행 상품은 2월 말까지 시범운영한다. 정식 운영은 3월부터 연말까지다. 버스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서울 강남역과 경기 수원역, 부산 서면역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한다. 2월 1, 2일 대구와 영덕을 시작으로 둘째 주(8·9일)는 문경과 포항, 셋째 주(15·16일)는 김천, 칠곡 코스를 운영한다. 구미와 영주는 각각 22일과 23일, 시범운영 마지막 날인 29일은 울진으로 버스여행을 떠난다. 시범운영 기간인 2월은 전화로만 예약할 수 있다. 정식 운영하는 3월부터는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예약을 받는다.송호준 경상북도청 관광마케팅과 과장은 “올 연말까지 버스 타고 대구·경북여행 상품에 총 500대의 버스를 투입할 계획”이라며 “80여 개 지역축제와 연계한 당일여행 상품 등 테마, 계절별 다양한 코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여행의 목적 중 절반 이상은 지역의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일 것이다. 요즘은 음식이 목적이 된 여행이 늘어날 정도로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2월 가볼 만한 곳으로 이야기가 있는 겨울 음식을 테마로 정했다. 따뜻한 음식으로 추위도 녹이고 아이들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지역 고유의 푸짐하고 신선한 제철 음식을 만나러 지금 떠나도 좋을 것이다.메밀전병 등 강원도 시장의 미(味)담시장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먹부림’이다. 강원도 전통시장은 지역 먹거리가 많아 여행자로 하여금 여행을 한층 즐겁게 해준다. 특히 음식의 이름과 재료에 강원도 이야기를 담고 있어 흥미를 일으킨다. 정선아리랑시장은 1999년 정선5일장관광열차(현 정선아리랑열차)가 개통하면서 이름을 알렸는데, 정선아리랑이 주는 정서의 공감대 못지않게 먹거리가 한몫했다. 척박한 땅에 꿋꿋이 뿌리내린 메밀과 옥수수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먹던 음식은 여행자의 별미가 됐다. 굵고 투박한 면이 콧등을 친다고 해 붙여진 ‘콧등치기’나 옥수수 전분 모양이 올챙이처럼 생겨서 붙여진 ‘올챙이국수’는 훌륭한 맛을 자아낸다.영월서부시장에는 메밀전병 골목이 있다. 다닥다닥 붙은 메밀전집이 조금씩 다른 맛을 낸다. 전을 부치는 모습을 보면서 먹는 맛이 특별하다. 영월서부시장은 근래 닭강정으로도 입소문이 나 찾아오는 젊은이가 부쩍 늘었다. 정선과 영월은 강원도 겨울 여행지로 손색없다. 아리힐스 스카이워크나 동강사진박물관은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아리랑브루어리와 젊은달와이파크는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여행지다.한겨울 뜨끈한 추억 한 그릇, 예산 어죽충남 예산 예당호 인근은 어죽으로 유명하다. 1964년 둘레 40㎞에 이르는 관개용 저수지가 준공되자 동네 사람들은 농사짓다 틈틈이 모여 솥단지를 걸고 고기를 잡았다. 붕어, 메기, 가물치, 동자개(빠가사리) 등 잡히는 대로 푹푹 끓여다가 고춧가루 풀고 갖은양념과 민물새우를 넣어 시원한 국물을 낸다. 여기에 불린 쌀, 국수와 수제비까지 넣어 죽을 끓인 뒤 다진 고추와 들깻가루, 참기름을 넣고 한소끔 더 끓여 먹었다. ‘충남식 어죽’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지금도 예당호 일대에는 어죽과 붕어찜, 민물새우튀김 등을 파는 식당 10여 곳이 있다.어죽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웠다면 아름다운 예당호를 걸어보길 추천한다. 402m 길이를 자랑하는 ‘예당호출렁다리’와 5.2㎞에 이르는 ‘느린호수길’이 있다. 예산의 대표 사찰인 수덕사에는 대웅전(국보 49호)을 중심으로 삼층석탑과 부도전, 성보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다. 고건축의 정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고건축박물관과 예산 윤봉길 의사 유적(사적 229호)도 들러볼 만하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등장하는 덕산온천에는 최근 새로 단장한 무료 족욕장이 있어 쉬었다 가기 좋다.바다의 선물, 벌교 꼬막과 장흥 매생이지금이 아니면 맛보지 못할 바다의 겨울 진미가 있으니, 바로 꼬막과 매생이다. 꼬막 하면 떠오르는 곳이 바로 벌교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인 꼬막은 지금이 가장 맛이 좋고 많이 날 시기다. 우리가 흔히 먹는 새꼬막은 쫄깃하고, 참꼬막은 고급 꼬막으로 즙이 풍부하다. 벌교 읍내에는 데친 참꼬막과 꼬막전, 꼬막회무침 등 푸짐한 꼬막정식을 내는 식당이 많다.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된 곳이다. 벌교역 앞으로 ‘태백산맥 문학기행길’이 조성돼 있다. 보성여관(등록문화재 132호), 벌교금융조합(등록문화재 226호), 소화의집, 현부자네집 등 《태백산맥》의 무대를 답사해도 의미 있을 듯 싶다.벌교 옆 장흥에서는 매생이가 한창이다. 올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바다 향이 진한 장흥 내전마을 매생이를 최고로 친다. 매생이는 주로 탕으로 끓인다. 장흥 토박이들은 ‘매생이탕에 나무젓가락을 꽂았을 때 서 있어야 매생이가 적당히 들어간 것’이라고 말한다. 뜨끈한 매생이탕을 한술 떠서 입에 넣는 순간, 바다내음이 가득 퍼진다. 안도현 시인은 매생이를 ‘남도의 싱그러운 내음이, 그 바닷가의 바람이, 그 물결 소리가 거기에 다 담겨 있었던 바로 그 맛’이라고 표현했다. 억불산에 자리한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숙박 시설과 산책로 등을 갖춰 고즈넉한 겨울 숲 산책을 즐기기 좋다. 우리나라에 선종이 제일 먼저 들어온 보림사에도 가보자.살살 녹는 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의 겨울 별미다. 대구를 제대로 맛보려면 거제 외포항으로 가보자. 전국 대구 출하량의 30%를 차지하던 포구에는 대구 조형물과 좌판이 늘어서 있고 겨울 볕에 몸을 맡긴 대구가 줄지어 분위기를 돋운다. 외포항 식당에서는 대구탕, 대구튀김, 대구찜 등이 코스로 나온다. 생대구와 곤이가 담뿍 들어간 대구탕은 담백하고 고소하다. 거제에 ‘입 큰’ 대구가 있다면, 이웃 도시 통영에는 ‘못난’ 물메기가 있다. 이른 오전에 통영 서호시장을 방문하면 살아 헤엄치는 물메기를 만날 수 있다. 못생겨서 한때 그물에 잡히면 버렸다는 물메기는 최근에 ‘금(金)메기’로 불리며 귀한 생선이 됐다. 중앙시장 횟집에서도 물메기탕을 맛볼 수 있다. 살이 연해 후루룩 마시면 몽실몽실한 살이 한입에 넘어간다.외포항에서 해안도로로 이어지는 두모몽돌해변은 호젓한 어촌과 자그마한 몽돌해변을 간직한 곳으로, 거가대교를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가조도는 연륙교 옆에 조성된 수협효시공원 전망대와 ‘노을이 물드는 언덕’의 해 질 녘 풍경이 아름답다. 통영 봉평동의 봉수골은 미술관과 책방, 찻집, 게스트하우스 30여 곳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으며 사색을 겸한 겨울 산책에 좋다.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