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공업생산, 외환위기 후 가장 크게 줄어…제조업 평균가동률도 21년래 최저
작년 12월엔 생산·소비·투자는 2개월 연속 '트리플 증가'
동행·선행 순환변동치 35개월 만에 동반 상승


지난해 산업생산 증가세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0년 이래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공업생산 감소폭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컸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2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10년 만에 최대폭 감소했고, 건설기성은 11년 만에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통계청은 경기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최근 들어 일부 늘어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경기 외적 충격'이 발생한 만큼 향후 경기 방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작년 산업생산 증가율 집계이래 최저…설비투자 10년래 최대 감소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19년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全) 산업생산(계절조정, 농림어업 제외)은 전년보다 0.4% 증가했다.

이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광공업과 건설업 부진이 산업생산 증가세를 제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광공업 생산이 전자부품과 기계장비 감소로 전년보다 0.7% 줄어들었다.

1998년(-6.4%) 이래 최대폭 감소다.

광공업 출하는 1.1% 감소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0.6%포인트 하락해 72.9%였다.

제조업 평균가동률 역시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67.6%) 이후 2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제조업 가동률은 생산능력 대비 생산량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제조업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1.2% 감소해 2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1년 이래 제조업 생산능력이 감소한 것은 2018년(-0.2%)과 작년(-1.2%) 두 해 뿐이다.

제조업 생산능력 감소는 조선업 불황으로 2016년 이후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선박 생산이 감소된 게 영향을 미쳤으며, 구조조정이 마무리 수순이라 올해부터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다만 서비스업 생산이 보건·사회복지,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늘어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투자 부진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7.6% 감소했다.

2009년(-9.6%)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각각 8.8%, 4.1% 줄어든 영향이다.

건설기성(불변)은 건축 공사 실적이 9.4% 줄어들면서 전년보다 6.7% 감소했다.

역시 감소폭은 2008년(-8.1%) 이후 최대다.

지난해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은 전년보다 2.4% 늘었다.

화장품 등 비내구재가 3.3%, 승용차 등 내구재가 1.8%, 오락·취미·경기용품 등 준내구재가 0.6% 증가했다.
작년 산업생산 증가율 집계이래 최저…설비투자 10년래 최대 감소
하지만 지난해 12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생산·소비·투자 등 산업활동 주요 지표가 11월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트리플 증가했다.

12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1.4%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이 기계장비(12.6%)와 전기장비(8.9%) 증가세에 힘입어 3.5% 늘면서 전산업 생산 증가세를 이끌었다.

반도체 생산은 0.2% 늘며 3개월 연속 증가했다.

같은 달 제조업 출하는 4.5% 증가했고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2.7% 감소했다.

내수와 수출 출하는 각각 3.4%, 5.7% 증가했고, 특히 반도체 수출이 전월보다 14.7% 늘었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전월보다 0.1%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월보다 2.4%포인트 상승해 74.3%를 보였다.

전월 대비 평균가동률 상승폭은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컸다.

서비스업 생산은 0.1% 감소했다.

항목별로 섬유·의복·신발 도매 및 소매업 등의 감소로 도소매 생산이 0.7% 줄었고 부동산 관련 서비스업도 1.9% 줄어들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전월보다 0.3% 늘었다.

신차 출시에 따라 승용차 판매가 늘었고 미세먼지 등 날씨 영향으로 가전제품 판매도 늘면서 내구재 판매가 3.9%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0.9% 늘었다.

2014년 11월(13.6%)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각각 9.1%, 15.7% 증가한 영향이다.

통계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앞서 발표한 설비투자 계획과 관련해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체가 실제로 시공한 실적을 금액으로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전월보다 4.1% 증가했다.

건설수주(경상)는 전년 같은 달보다 13.2% 늘었다.

세종~안성 간 고속도로 건설(1조8천억원) 등의 영향이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4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상승세는 넉 달째 이어지고 있다.

선행·동행 순환변동치가 동반 상승한 것은 2017년 1월 이후 35개월 만이며, 선행지수가 4개월 연속 상승한 것은 2017년 2월 이후 34개월 만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경기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일부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과 관련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례를 보면 서비스업 영향으로 끝나고 제조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이번엔 추가로 제조업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신종코로나 감염증의 전개 양상이나 심각성을 지켜보고 추후 확인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기 반등 모멘텀 확보를 위해 투자·소비·수출 활력 제고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서 최근 신종코로나 확산이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파급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