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마무리할 예정이었던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이 잠정 중단됐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DLF(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로 중징계를 받으면서 연임 여부가 불투명해진 탓이다. 'DLF 후폭풍'으로 전체 계열사 임원 인사까지 미뤄지면서 그룹 경영이 전반적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금융은 31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선임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금융 측은 “새로운 여건 변화에 따라 후보 추천 일정을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추위는 지난 29일 행장 후보 3명 중 1명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정을 이날로 미뤘었다.

일정이 연기된 것은 손태승 회장이 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은 탓이 크다. 징계가 확정되면 남은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합이 제한된다. 손 회장은 지난해 말 연임이 정해졌다. 다만 이 안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통과돼야 확정된다. 이전에 징계가 먼저 확정된다면 연임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행장을 뽑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임추위 판단이다. 손 회장의 연임을 전제로 최종 후보를 추린 것이기 때문이다. 차기 행장 숏리스트(최종 후보)에는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 부문장,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 권광석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 등 3인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정기 부문장이 손 회장과 오랫동안 함께 호흡해 왔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꼽혀 왔다. 최근에는 외부 출신인 권광석 대표에 힘을 싣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는 게 임추위 안팎의 얘기다.

우리금융 다른 계열사 인사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당초 우리금융은 12월까지 인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으나 이달 말로 일정을 바꿨다. 지난해 말 임기 만료를 맞은 은행 일부 임원들은 3개월 가량 임기를 한시 연장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인사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조직이 붕 뜬 상태로 일하게 돼 위기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향후 임추위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음 정기 이사회는 내달 7일이다. 이 이사회에서 손 회장 연임 여부 및 행장 인사 계획 등을 재논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