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반도체 부진하자 5G가 살렸다…삼성전자 작년 영업익 27조 '선방'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주요 고객사들의 투자 재개와 5G(5세대 통신) 수요 확대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견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 27조7700억원을 거뒀다. 반도체 '슈퍼호황'으로 실적 신기원을 이뤘던 2018년 대비 '반토막' 난 성적표지만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적 변수와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등 대내적 악재에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에선 올해 삼성전자 실적이 메모리 및 5G 등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과 TV 판매 확대 등 '초격차 전략'에 주력해 전년 대비 반전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해 4분기 가전·5G 스마트폰 호조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59조8800억원, 영업이익 7조1600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 8일 발표한 잠정실적(매출 59조원·영업이익 7조1000억원)보다 다소 올라간 수치다.

이로써 지난해 삼성전자는 전년(매출 243조7700억원·영업이익 58조8900억원) 대비 매출은 33.7% 줄어든 230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52.84% 감소한 27조7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연간 영업익이 20조원대로 내려온 것은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사업부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불황에 빠졌던 반도체 부문을 제외하면 불확실한 대내외환경에도 전반적으로 예년 수준을 유지하며 선방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DS부문은 지난해 매출 95조5300억원, 영업익 15조59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주력인 반도체는 매출 64조9400원, 영업익 14조2600원을 거뒀다.

반도체 영업익은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던 2018년(44조57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지난해 반도체 D램 가격이 바닥을 찍은 탓이다. 반도체 영업익은 지난 1분기 4조1200억원, 2분기 3조4000억원, 3분기 3조50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었다.

다만 지난해 4분기에는 3조4500억원으로 선방했다.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말미에 접어들며 반등 기지개를 켰기 때문이다. 업계는 지난해 4분기부터 D램 수요가 예상보다 강해 가격 하락폭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비메모리 부문인 시스템LSI 부문은 고화소 이미지센서와 고성능 컴퓨팅(HPC) 칩 수요 증가에도 계절적 성수기 효과에 전분기 대비 실적이 줄었다.

반도체와 함께 DS부문을 구성하는 디스플레이 패널(DP) 사업은 지난해 매출 31조500억원 영업익 1조5800원으로, 전년(매출 44조5700억원·영업익 2조6200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애플 등 주요 고객사들이 신제품을 다수 출시함에 따라 중소형 OLED 공급이 확대되고 가동률이 향상됐지만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 실적 악화와 일부 프리미엄 제품군 수요 약세가 컸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무선사업부) 매출은 107조2600억원, 영업이익 9조27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갤럭시S10, 갤럭시노트10 등 5G 스마트폰 판매 확대와 중저가형 갤럭시 A시리즈 라인업 개편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담당하는 CE(소비자가전) 부문은 매출 44조7500억원, 영업이익 2조6100억원을 기록해 2018년(매출 42조1100억·영업익 2조20억원) 대비 늘었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값 하락에 따른 완제품 원가 절감과 프리미엄 TV 판매 및 건조기 등 신가전 판매가 실적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미중 무역분쟁 속 IT 수요가 감소한 점이 직격탄으로 다가왔다. 2018년만 해도 연간 매출 중 30%를 웃돌았던 중국 시장이 미중 무역갈등 격화에 따라 지난해 20%대로 떨어졌다.

◆"삼성전자, 올해 영업익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증가할 것"

올해 삼성전자는 과감한 투자를 통한 '초격차 전략'으로 실적 반등을 꾀한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투자에 나선다. 메모리는 1분기 1y나노 D램 등 미세 공정 전환을 확대해 서버용 고용량 제품과 모바일용 LPDDR5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또 용량 스토리지 등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1z나노 D램과 6세대 V낸드 공정 전환을 통한 공정 및 원가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전반적인 반도체 업황이 지난해 4분기부터 바닥을 찍고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호재다.

비메모리는 올 1분기 애플, 화웨이 등 주요 고객사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될 AP, 이미지센서, DDI 등 주요 부품 공급을 확대해 실적 개선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5G 시장 성장과 고화소 센서 채용 확대에 따른 고객 수요에도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은 5G 칩 공급 확대를 위한 생산 최적화에 집중하면서, 4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최근 4조원가량을 지출해 극자외선(EUV) 시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번에 구입한 EUV 장비는 파운드리뿐 아니라 차세대 D램(4세대 10나노급·1a) 공정에도 적용한다.

또 4나노 공정 제품 설계 완료, 5나노 공정의 고객·응용처 다변화를 통해 미래 성장 기반 마련에도 중점을 둘 예정이다.

스마트폰은 라인업을 다변화하면서 그야말로 '총력전'에 나설 예정이다.

우선 올 상반기 갤럭시S 시리즈 후속 제품과 두 번째 폴더블폰인 새 폼팩터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중저가 폰에서는 ODM(제조업자개발생산)을 확대해 점유율을 지킬 계획이다. 전 소비층을 겨냥한 라인업을 선보이는 셈이다.

5G 시장 선점에도 나선다. 5G 스마트폰 수요 성장에 따라 삼성전자는 5G 제품군과 신규 디자인을 적용한 폴더블 제품으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중저가 모델 라인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도 초격차를 더욱 벌려 갈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저가 물량 공세로 고전하고 있는 중소형 디스플레이의 경우 패널 생산 가동율을 높이고 판매를 늘리는 한편, 폴더블 등 신규 제품에 대한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에선 LCD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QD(퀸텀닷)사업화팀'을 신설하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에도 우위를 점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 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확장시킬 계획을 세웠다.

생활가전은 비스포크 냉장고, 대형 건조기 등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가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시스템 에어컨 등 B2B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 매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약 10% 증가한 253조원,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 증가한 42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