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공포가 퍼지고 있다. 때마침 국내 한 중소기업이 강력한 파장을 이용해 병원 입원실 등의 벽면과 천장을 포함한 공간 전체를 살균하는 입체 살균기를 개발해 눈길을 끈다. 열전도모듈 반도체 및 의료기기를 개발·제조하는 에프에이치아이(FHI)코리아가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국내에서만 38명이 사망한 것을 계기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많은 감염자가 병원에서 검진 및 입원 치료 중 의도치 않게 2차 감염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다중시설을 겨냥한 입체 살균기 ‘헥스 레이(HEX-RAY)’는 작년 말 처음으로 국립중앙의료원과 분당의 한 노인요양시설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신상용 FHI코리아 대표가 29일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자체 개발한 UV(자외선)-C 초강력 입체 살균기 ‘헥스 레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상용 FHI코리아 대표가 29일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자체 개발한 UV(자외선)-C 초강력 입체 살균기 ‘헥스 레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5~15분으로 완벽 공간 살균

출발은 신상용 FHI코리아 대표와 이 회사의 기술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박영우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물리학 명예교수가 의기 투합하면서다. 병원 내 감염이나 공공시설 내 공중보건을 강화할 방법을 찾다 초강력 입체 살균기를 떠올렸다.

공간을 소독할 땐 사람이 약품을 사용해 뿌리거나 닦아내는 게 일반적이다. 이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건비가 소요되는 데다 약품 및 냄새가 남는다. 화학약품을 표면에 고르게 빈틈없이 도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 5~15분에 완전 살균"
자외선 살균은 빛이 닿는 모든 표면이 소독된다. 맑은 날 햇볕의 자외선 출력이 4.3㎼(마이크로와트)/㎠라면 일반적인 소독용 UV램프 1개는 127㎼/㎠, 살균기 ‘헥스 레이’는 평균 400㎼/㎠를 발산한다. 살균기에 근접하면 태양광의 약 3000배에 달하는 초강력 UV로 세균이나 박테리아, 바이러스의 DNA 구조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런 램프가 측면에 6개, 천장을 살균할 상단부에 1개 들어간다. 특수하게 제작된 굴곡 반사경(개당 9개 반사면)을 사용해 빛을 지속적으로 중첩시켜 더 강력하다. 6각형(hexagon) 모양에서 이름을 따온 이 살균기기는 높이가 약 130㎝로 대형 공기청정기 정도의 크기다.

신 대표는 “최대 64㎡(약 19평) 크기의 공간에서 5~15분가량 살균기를 작동하면 모든 세균이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며 “다만 사람에게 노출되면 피부나 망막에 손상을 입을 수 있어 리모컨을 사용해 원격 사용한다”고 말했다. 리모컨 제어를 통해 20m 밖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 살균기에는 동작 감지 센서가 있어 움직임이 감지되거나 15분이 지나면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되는 안전 기능이 있다.

“병원 요양원 등 공략할 것”

FHI코리아는 제품의 성능 확인을 위해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서 살모넬라균, 녹농균, 폐렴간균 등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3.4m에서 15분간 실험한 결과 완전 살균이 검증됐다. 회사 측은 스스로 증식하는 세포와 달리 숙주를 통해 증식·변형되는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러스의 외피 단백질 구조를 파괴하는 동시에 먹이가 될 미생물을 원천 차단하기 때문이다.

박영우 교수는 “메르스균이나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은 물론이고 에볼라균까지 살균할 수 있다”며 “병원균 감염과 전파가 우려되는 병실 및 수술실, 요양원, 엠뷸런스는 물론이고 면역력이 취약한 노인과 어린이가 생활하는 다양한 공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