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은 자체 리스크관리 시스템 갖추고, 당국은 점검"
금융그룹 감독제도 세미나에서 한국금융연구원 제언
"금융그룹 감독에 바젤 '필라Ⅱ' 제도 도입해야"
국내 금융그룹의 위험을 관리·감독하는 데 있어 금융그룹이 스스로 리스크를 측정·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감독 당국은 그 시스템을 점검하는 이른바 '필라(Pillar)Ⅱ'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29일 '금융그룹감독제도 향후 추진 방향'을 주제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금융회사 등의 역량이 충분치 않은 점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필라Ⅱ는 주요국 중앙은행 및 은행 감독 당국 대표들로 구성된 바젤위원회가 정한 바젤 기준 규제(필라Ⅰ∼Ⅲ) 중 하나를 말한다.

은행이 스스로 리스크를 인식·측정·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한 후 감독 당국은 그 시스템의 적정성 여부를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자본 부과 등 적절한 감독 조치를 하는 제도다.

이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금융의 대형화와 겸업화 확대로 동종·이종업종 간의 결합이 증대하면서 금융그룹의 수와 규모가 커지는 추세"라며 "선진국은 일찍부터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을 체계화하는 데 비해 한국은 국제적 정합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1988년 도입된 바젤Ⅰ 규제는 1990년대 후반 이후 금융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은행 리스크에 상응하는 필요자기자본의 정확한 산정 및 발전된 리스크 관리기법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젤Ⅱ는 기존의 바젤Ⅰ에 비해 리스크 민감도가 높고, 리스크 측정·운영 방식도 은행이 자율적으로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지난 2년간 시범 운영된 금융그룹 감독제도에 대해 "모범규준 제정 등을 통해 제도의 기초 기반은 마련했지만,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제도를 보완하는 데 있어 금융그룹 위험을 유형별로 나눠 평가하기보다는 이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그룹 위험 평가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규율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