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이 29일 서울 논현동 삼성디지털프라자 ‘#프로젝트프리즘’ 쇼룸에서 인공지능(AI) 세탁기와 건조기 ‘그랑데AI’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이 29일 서울 논현동 삼성디지털프라자 ‘#프로젝트프리즘’ 쇼룸에서 인공지능(AI) 세탁기와 건조기 ‘그랑데AI’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오염도가 높게 감지돼 세탁과 헹굼을 추가했어요. 35분 후 세탁이 완료됩니다.”

29일 서울 논현동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 본점에 마련된 쇼룸 ‘#프로젝트프리즘’. 임경애 삼성전자 UX혁신그룹장이 “인공지능(AI) 맞춤 세탁 부탁해”라고 하자 세탁기로부터 돌아온 대답이다.

세탁이 끝나자 바로 위에 적재돼 있는 건조기는 이미 빨래 무게와 세탁 정보를 바탕으로 AI 맞춤 건조를 준비하고 있었다. 건조까지 끝마친 후 임 그룹장이 “지금 바로는 어렵고, 30분 뒤에 세탁물 찾아갈게”라고 말하자 건조기는 “구김 방지 기능을 실행할게요”라고 답했다.

오염도 따라 세제량, 헹굼 횟수 조절

삼성전자가 AI 세탁기·건조기 ‘삼성 그랑데 AI’를 29일 출시했다. 세탁기가 빨래 무게를 감지해 알맞은 양의 세제를 자동으로 투입하고, 오염 정도에 따라 헹굼 횟수를 조절하는 등 ‘AI 맞춤 세탁’ 기능을 탑재했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은 “세탁기는 소비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라며 “세제를 얼마나 넣어야 할지, 어떤 코스를 선택할지, 세탁이 끝난 후 건조기는 어떤 코스로 돌려야 할지 손이 많이 가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68%는 ‘표준 코스’만 사용한다고 응답했으며, 48%는 세탁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찝찝한 마음에 헹굼 기능을 추가한다고 응답했다.

세제를 너무 많이 넣어도, 적게 넣어도 문제다. 이 부사장은 “세탁기와 건조기가 알아서 작동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경험 혁신을, AI를 통해 세제를 맞춤형으로 투입하고 물 사용량을 최소화해 친환경 혁신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오염 정도는 어떻게 확인할까. 세탁기에 탑재된 탁도 센서가 가시광선 블루레이로 빨래를 담근 물의 탁도를 측정해 오염 정도를 확인한다. 오염도가 낮은 경우에는 세제량과 헹굼 횟수를 줄여 물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최적화했다. 건조기에는 국내 최대 용량의 컴프레서와 열교환기가 탑재됐다. 건조 시간이 약 30% 빨라져 셔츠 코스 기준 셔츠 한 장을 36분 만에 세탁하고 건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한몸처럼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코스와 옵션을 기억해 컨트롤 패널에 보여주는 ‘AI 습관기억’ 기능도 추가했다. 이미 연간 1300만 건이 넘는 국내 소비자 사용 데이터를 학습했다.

또 다른 장점은 세탁기와 건조기의 ‘연결성’이다. ‘올인원 컨트롤’ 기능이 탑재돼 세탁기에서도 건조기를 작동할 수 있다. 세탁기 위에 건조기를 설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건조기 구동부가 너무 높은 데 있어 작동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

‘AI 코스연동’으로 특정 세탁코스를 선택하면 이에 맞는 건조코스가 자동으로 설정된다.

이 부사장은 “세탁기와 건조기가 마치 한몸처럼 동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100년 넘는 세탁기 역사상 처음 적용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랑데AI 덕분에 세탁은 더 이상 ‘노동’이 아니다”라며 “내가 기기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기기가 나에게 맞춰주는 새로운 소비자 경험 혁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장(사장)도 깜짝 등장해 가전 사업 철학인 ‘프로젝트 프리즘’을 재차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가 나온 이후 냉장고 시장이 약 15% 성장했다”며 “프로젝트 프리즘 세 번째 제품이 올 상반기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