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 복지에 저소득층 불이익

상대적 불평등만 더 키워
전남 해남의 농민수당 지급 대상자 중 150명은 ‘자격 요건’을 충족하고도 수령을 거부했다. “농민수당을 받을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대상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해남군의 안내를 받고서다.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은 일정 기준 이하의 수입을 올리는 가구에 생활비를 비롯해 교육 및 주거, 의료 비용을 국가가 지급하는 제도다. 2020년 4인 가구 기준 월 142만4752원 이하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가 대상이다. 문제는 농민수당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현금성 복지 역시 수입(소득)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이다. 기준에 미달하는 수입만큼을 국가가 보조해준다는 게 제도의 취지인 만큼 기준을 넘어서면 지원 근거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 주는 현금수당 등을 무턱대고 받았다가는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잃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특정 직업이나 연령층을 대상으로 소득에 상관없이 현금성 지원을 하는 ‘보편적 복지’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례다. 2016년 경기 성남시가 청년들에게 청년배당 정책을 시행했을 때도 기초생활수급 청년 45명이 지역상품권 수령을 포기했다.

다만 똑같은 현금성 복지라도 어려운 계층에 한정해 지원하는 경우에는 해당 금액이 기초생활수급자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시행세칙을 통해 “저소득층의 필요가 인정되고,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이 닿지 않는 영역에 대한 지원은 수급자 산정 기준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똑같은 교복비 지원이라도 대상을 빈곤층에 한정하면 기초생활수급자 산정에 포함되지 않지만, 이를 전체 진학 대상자로 확대하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경북 경주시는 저소득층에 한정해 교복비를 지원하고 있어 기초생활수급자도 별도로 교복비를 받는다. 하지만 지원 대상을 전체 청소년으로 바꾸면 오히려 이들은 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모든 사람에게 돈을 뿌리는 보편적 복지는 소득 최하단의 빈곤층이 ‘의도하지 않게 배제’돼 상대적 빈곤이 더 악화되는 역설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담당자는 “지자체들이 각양각색의 복지정책을 앞다퉈 도입한 결과”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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