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 이후 명절 선물로 '인기'
▽ 글로벌 금융위기·김영란법에도 선물 매출↑
▽ 뉴욕타임즈 "스팸과 사랑에 빠진 한국"
CJ제일제당의 스팸이 대표 명절선물로 부상했다. (사진 =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스팸이 대표 명절선물로 부상했다. (사진 = CJ제일제당)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

2002년 스팸의 TV 광고에서 나온 문구다. 스팸이 국민들의 필수 밥반찬이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광고였다.

스팸과 밥은 환상의 궁합을 나타냈다. 스팸의 짠맛이 밥과 만나면 짠맛이 적당히 줄면서 감칠맛을 냈다. 1987년 출시된 스팸이 계속해서 몸집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였다.

1987년 출시 당시 매출은 7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스팸 매출액은 4200억원으로 60배나 급증했다. 이처럼 매출이 급증한 데에는 명절용 선물세트가 주효했다. 연간 스팸 매출의 60%가 설과 추석에서 나올 정도다.

◆IMF 이후 선물용으로 '각광'…금융위기엔 오히려 매출↑

스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1997년 IMF 경제 위기 이후부터다. 스팸이 명절 선물세트로 만들어진 것은 1980년대 말이었지만, 초기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정육세트 등 패키지 형태 선물세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넥타이 지갑 벨트 등 잡화용품도 고급 선물이 인기를 끌었다. 100만원이 넘는 위스키나 굴비 등 제품도 명절 선물로 나오던 때였다.

하지만 IMF 경제 위기가 닥친 이후 스팸 명절 선물세트로 급부상했다. 대규모 해고에 국가가 허리 띠를 졸라매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중저가 명절 선물이 각광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형마트 출점이 본격화하면서 스팸 선물세트의 유행을 이끌었다. 굴비나 홍삼 등 고급 선물은 백화점이 판매하는 대신 대형마트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초점을 맞춘 선물세트를 앞세웠다. 실제로 1998년 판매된 스팸 선물세트는 스팸 2개와 장조림 다시다 해바라기유 참기름과 같은 다양한 품목으로 구성됐다.

이처럼 스팸은 불황에도 건재했다. 1997년 520억원이었던 스팸 매출은 다음해 44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1998년 당시 백화점 설 선물세트 매출이 대폭 역신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한 셈이다. 다음해인 1999년 스팸 매출은 470억원으로 다시 상승 곡선을 그려갔다.
2011년과 2012년 설 선물세트. 올리브유나 카놀라유와 참기름, 조미료 등과 구성돼 가성비를 높였다는 게 특징이다. (사진 = 한경DB)

2011년과 2012년 설 선물세트. 올리브유나 카놀라유와 참기름, 조미료 등과 구성돼 가성비를 높였다는 게 특징이다. (사진 = 한경DB)

두 번째 찾아온 불황엔 스팸은 오히려 몸집을 키웠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스팸 선물세트 매출은 350억원이었지만, 2009년 65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또 스팸은 김영란법 여파에도 건재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공직자와 언론인·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받을 수 있는 선물 금액을 5만원을 상한선으로 정한 법이다.

선물 금액이 5만원 이하로 정해졌지만, 스팸 선물세트 매출은 올랐다. 2016년 9월 김영란법이 시행된 같은 해 스팸 선물세트의 매출은 1790억원이었지만, 2017년 2130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반면 백화점 업계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매출 직격탄을 맞았다. 2017년 설 시즌 백화점 설 선물 매출은 크게 10%나 감소했다. 굴비 정육 등 20~50만원대 선물세트 판매가 부진하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김영란법으로 5만원을 넘는 선물을 줄 수 없게 되면서 스팸이 명절 대표선물의 자리를 확고히 다지게 된 셈이다.
올해 설에 맞춰 나온 스팸 선물세트 8호. (사진 = CJ제일제당)

올해 설에 맞춰 나온 스팸 선물세트 8호. (사진 = CJ제일제당)

◆해외도 주목하는 한국의 '스팸' 사랑…명절 선물 세트 '확대'

이처럼 스팸이 대표 명절 선물세트가 된 것은 해외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2014년 초 뉴욕타임즈 국제판엔 '스팸과 사랑에 빠진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뉴욕타임즈는 "다른 국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에서 스팸의 위상은 남다르다"며 "특히 명절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고급스러운 선물세트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스팸이 백화점에서도 명절 선물세트로 팔리고 있다며 상세히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심지어 프리미엄 유통채널인 백화점에서도 수입산 와인, 자연산 버섯, 정육세트 등 고가의 선물세트들과 나란히 진열될 정도"라며 "스팸은 미국으로부터 물려 받은 싸구려 캔햄이라는 오명을 벗고 명절 시즌에는 세련된 포장에 3만원 대부터 판매된다"고 밝혔다.

외신에 보도될 정도의 인기에 힘입어 CJ제일제당은 이제 스팸 세트의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 설엔 스팸이 포함된 145종 500만 세트의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지난해 추석보다 종류는 17종, 수량은 두 자리 수 이상 늘린 것이다. 특히 선물세트 시장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2~3만원대 중저가 세트를 주력으로 최대 9만원대까지 가격 선택의 폭을 확대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스팸은 최고의 원료 선정과 엄격한 위생 관리를 통해 저렴한 캔햄이 아닌 '프리미엄 캔햄'으로 이미지를 굳히며 선물용으로 오랜 시간 사랑 받아왔다"며 "앞으로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제품력 향상과 선물로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