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에 5조3000억원 규모의 배상을 요구한 미국계 금융회사 론스타에 대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중재판정부가 추가 증거 제출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론스타의 전략엔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우리 정부엔 다소 유리한 국면이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말로 예상됐던 최종 판정 시점도 상반기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22일 국제중재업계에 따르면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측의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판정문에 대한 추가 증거 제출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론스타는 지난해 5월 하나금융지주와의 1조5700억원대 ICC 중재 소송에서 ‘완패’했다. 하지만 당시 판정문에 “한국 정부의 개입 정황이 있다”며 이를 ISD 판정부에 추가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요청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하는 과정에 금융당국의 개입을 암시하는 증거가 판정문에 있었다는 것이다. 국제중재업계에서는 2012년 11월 ISD가 처음 제기된 지 7년이 넘었고, 2016년 7월 심리절차가 종결된 이번 사건에서 론스타가 새로운 증거 채택을 요구한 것을 두고 마지막으로 판을 흔들려는 시도로 풀이해왔다. 반면 정부는 추가 증거가 필요 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재판정부는 ICC와 ISD가 서로 다른 증거로 심리를 해왔고, 당사자도 ICC는 하나금융, ISD는 한국 정부로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증거로 채택하기 적합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