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이 가까스로 2%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것은 4분기에 전기 대비 1.2% ‘깜짝 성장’을 한 덕분이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건설·토목 사업을 대거 일으킨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0.4%에 그쳤을 때만 해도 민간 연구기관 등에선 연간 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3분기 성장률 발표 직전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해나가야 한다”며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 의지를 나타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투자를 늘리기 위해 2020년에 예정된 착공분을 앞당기도록 유도하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기 부양을 위한 토목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건설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의 내용을 뜯어보면 건설 효과가 여실히 나타났다. 4분기 건설투자 성장률은 6.3%로 2001년 3분기 이후 18년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업종별로도 사회간접자본(SOC) 분야가 4분기 성장세를 이끌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성장률은 각각 1.6%, 0.7%에 그쳤지만 건설업은 4.9%, 전기·가스·수도사업은 3.9%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 1.2%의 성장률에서 건설투자 기여도는 0.9%포인트에 달했다. 무려 75%가량을 공헌한 셈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올해 예정된 건설·토목 사업을 지난해 하반기로 대거 앞당겼다. 정부는 당초 올해 예정됐던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세종~안성 구간 공사를 지난해 말 시작했다. 수도권 제2순환도로 양평~이천 구간 공사,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도 앞당겨 시행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공공임대주택 건설사업을 지난해 하반기 조기 착공했다.

이 밖에도 서울 지하철 8호선 위례추가역 신설공사, 경전선 광양~진주 구간 공사, 한국은행 통합별관 신축공사 등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이 잇따라 건축 사업에 들어갔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건설투자가 깜짝 증가한 것은 지방 일부 주택사업이 호조를 보인 측면도 있지만 절대적인 비중은 공공 토목 사업의 영향”이라며 “정부가 공공 부문에서 예비타당성 심사기간을 단축하고, 민간에선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와 같은 굵직한 민간 프로젝트의 조기 착공을 지원하는 등 올해도 건설투자를 경기부양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