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이 살아나고 있다. 글로벌 업황이 개선되면서 이달 1~20일 반도체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9% 가까이 늘어났다. 다만 자동차 등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수출은 소폭 감소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꼽혀온 수출은 조업일수가 급증하는 다음달은 돼야 수치상 플러스로 돌아설 전망이다.
'반도체 효과' 누리는 수출…2월엔 반등하나
반도체 늘고 자동차 줄고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은 256억64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0.2% 감소했다. 전체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선박 등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조업일수는 14.5일(토요일은 0.5일로 계산)로 작년 동기와 같았다. 수입은 281억2000만달러였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24억5600만달러 적자였다.

주력 품목 간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반도체(8.7%) 석유제품(19.3%) 등의 수출이 늘었지만 자동차(-6.8%) 무선통신기기(-6.2%) 선박(-42.1%) 등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가별로는 베트남(6.7%) 일본(5.6%) 홍콩(9.9%) 중동(35.0%) 시장에서 호조를 보인 반면 중국(-4.7%) 미국(-4.9%) 유럽연합(-4.3%) 싱가포르(-15.8%) 등으로의 수출은 감소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세가 두드러진 것은 다행스럽다는 평가다. D램 및 낸드플래시 단가 하락이 멈췄고 수출 물량 역시 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데이터센터 재고 조정 등에 따라 전년 대비 25.9% 급감했다.

올해 반도체 수출 전망은 밝은 편이다. 가트너·IHS마킷 등 시장조사기관은 올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작년 대비 15.1~22.0%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업일·기저효과 기대는 정부

다만 이달 1~20일의 하루 평균 수출이 작년보다 줄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하루 평균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돼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반등하는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고 발언한 것은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올초 내놓은 연간 수출입 전망에서 “1월 수출이 적어도 작년 동기 수준은 될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무엇보다 작년엔 2월에 끼어 있던 설 연휴가 올해는 이달 말에 돌아오기 때문이다. 올 들어 하루 평균 수출액이 17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1월 마지막 열흘간의 조업일수가 작년 동기 대비 2.5일 적은 점은 수출 반등을 사실상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다음달엔 수치상 플러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무역업계 전망이다. 올해 2월의 조업일수가 작년 대비 3.5일 많은 데다 작년 같은 달엔 수출이 11.3% 급감했기 때문이다. 전년도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와 조업일수 증대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란 얘기다.

정부가 산업 경쟁력 강화 등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작년의 수출 부진은 대외 환경 탓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하락의 결과였다”며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 상승으로 약해진 원가 경쟁력을 되살리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