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인도 구루가온에서 열린 '갤럭시 노트9' 출시 행사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18년 8월 인도 구루가온에서 열린 '갤럭시 노트9' 출시 행사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스마트폰 업체들이 '넥스트 차이나'로 점찍은 인도로 몰려들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기지 역할을 해온 중국보다 인건비가 저렴할 뿐 아니라 아직 보급률이 20%에 불과한 인도 스마트폰 시장을 직접 공략할 수 있는 전초기지로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의 적극적 세제 혜택 등 당근책이 더해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도에서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생산에 약 5억달러(약 58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이달 초 인도 정부에 투자계획서를 제출했다.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지역에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공장을 추가로 짓는 게 골자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 7월 인도 노이다에 7억달러(약 8000억원)를 투자해 스마트폰 공장을 준공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단일 공장 중 최대 규모다.

이번 계획은 기존 스마트폰 제조 공장 옆에 추가로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공장을 세워 규모를 키우며 동시에 효율화를 꾀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부품 계열사의 인도 법인도 설립했다. 현지 스마트폰 생산 규모가 늘자 체계적 관리 필요가 생겨서다.

삼성전자는 13억 인구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 '올인'할 채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중저가 폰 생산기지 역할을 했던 중국 인프라도 인도로 옮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중국 후이저우 스마트폰 공장 문을 닫았다. 후이저우 공장을 끝으로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스마트폰 생산을 완전히 중단했다. 2018년 12월에도 톈진 스마트폰 공장 문을 닫은 바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인도에서의 제조자개발생산(ODM)으로 전환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2016년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논의한 뒤 노이다 공장을 짓는 데 8000억원을 투자했다.
2017년 4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미디어 행사장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2017년 4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미디어 행사장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노이다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7000만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1억2000만대 수준까지 늘릴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생산량이 연간 3억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생산량의 약 40%를 인도 노이다 공장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 베트남 하노이 공장과 함께 명실상부한 2대 거점으로 입지를 굳히게 된다.

인도가 성장 여지가 큰 최대 시장 중 하나란 점에서도 효과적 가격경쟁을 위해 현지 생산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현지 내수용 갤럭시M, 갤럭시A 시리즈 등을 생산해 왔다.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은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XR'을 처음으로 생산했다. 그동안 인도에서 아이폰SE 등 중저가폰만 제조해오다 규모를 키운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인건비는 인도에 비해 3배나 높다"며 "인도는 떠오르는 스마트폰 시장으로 내수 잠재력이 크고 아시아 지역 수출 허브로도 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샤오미는 중국 업체들 가운데 가장 인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인도 타밀나두주에 신규 스마트폰 제조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이 공장이 준공되면 샤오미는 인도에 스마트폰 공장만 7개를 갖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샤오미는 2018년 인도에서 스마트폰 4110만대를 출하해 삼성전자(3190만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3분기까지도 샤오미는 점유율 26%로 삼성전자(19%)를 앞섰다.

샤오미가 지난해 또 한 번 인도에 신규공장 건설을 발표한 것은 최근 삼성이 인도에 공장을 세우고 물량 공세에 돌입하자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는 아시아 지역 수출 허브 역할도 각광 받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는 올해 안으로 인도에서 생산하는 스마트폰 규모를 연 1억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오포는 인도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 원플러스도 지난해 인도에서 생산된 스마트폰을 미국 등으로 수출했다.

인도 정부가 투자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인도로 몰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도 정부는 현지 스마트폰 제조산업 장려책으로 스마트폰 제조사에 대출 이자를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자국 내 생산된 스마트폰 수출 보조금을 4%에서 6%로 증액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 노이다 지역 공장 추가 투자로 인도 당국이 제공하는 세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현지 언론은 내다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