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대폭 교체됐다. 인사의 핵심은 ‘세대교체’. 올해로 60세가 된 CEO들이 용퇴하고,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가 50대 중·후반으로 채워졌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21일 일제히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CEO 바꾼 삼성생명·카드…'실적 회복' 과제
‘1986년 생명 입사’ 3인방 눈길

삼성생명 대표에는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부사장·56), 삼성카드 대표에는 김대환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부사장·57)이 각각 선임됐다. 삼성자산운용 대표에는 심종극 삼성생명 FC영업본부장(부사장·57)이 내정됐다. 삼성화재의 최영무 사장(57)은 유임됐고, 삼성증권 대표인 장석훈 부사장(57)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전영묵·김대환·심종극 신임 대표는 1986년 삼성생명에 공채로 나란히 입사한 ‘정통 금융맨’이다. 삼성은 그간 삼성전자의 DNA를 전 계열사로 확산한다는 취지로 전자 출신의 금융계열사 순환 이동을 장려했다. 하지만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에는 인사 발표조차 각각 다른 시기에 하고 있다.

삼성생명 수장에 내정된 전영묵 대표는 보험산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4년생인 전 대표는 원주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1986년 입사해 2015년까지 재무심사팀장,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거쳤다. 이후 삼성증권에서 최고재무관리자(CFO)인 경영지원실장, 삼성자산운용에서 대표를 지내고 5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삼성생명 측은 “금융업 전반에 걸친 종합적 안목을 갖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업계 부동의 1위지만 숙제도 적지 않다.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 저금리로 인해 가입자들이 맡긴 돈을 굴려 수익을 내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경력의 대부분을 재무·투자 분야에서 쌓은 전 대표가 발탁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CEO·CFO를 모두 경험한 안정감이 강점”이라며 “혁신을 가속화하고 지속성장의 기반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보험·카드업 위기, 혁신으로 돌파”

삼성카드를 이끌게 된 김대환 대표는 마케팅 역량을 겸비한 재무관리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1963년생인 김 대표는 대동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마케팅전략그룹, 경영혁신실, 경영지원실을 거쳐 2015년부터 경영지원실장을 맡았다.

김 대표는 디지털 활용 역량 강화, 수익성 중심의 사업 재편 등 삼성카드의 기존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카드는 고비용 저효율 마케팅을 과감하게 축소하고 비용 절감에 나선 결과 지난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카드의 2019년 누적 순이익이 345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다소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90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5%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적 순이익은 2827억원이었다.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맡은 심종극 부사장은 자산운용과 금융마케팅 관련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삼성생명에서 소매금융사업부장, 전략영업본부장, FC영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2018년부터 삼성생명을 이끈 현성철 사장과 2014년부터 삼성카드 대표를 맡은 원기찬 사장은 물러난다.

임현우/송영찬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