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시장에 ‘무선’ 바람이 불면서 LG화학과 삼성SDI의 무선이어폰용 초소형배터리 시장 공략이 가속화하고 있다. 2025년 무선이어폰 판매량이 15억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초소형배터리가 이들 회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선 이어폰으로 '입이 귀에 걸리게'…LG화학·삼성SDI, 초소형 배터리 경쟁
20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오픈형(이어폰을 귓구멍 입구에 걸치는 형태) 무선이어폰에 들어가는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LG화학은 애플의 오픈형 이어폰 ‘에어팟’이 처음 출시될 때부터 에어팟의 콩나물 모양에 맞는 초소형배터리를 애플과 공동 개발해 공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무선이어폰 배터리 시장의 48%에 달하는 원통형 배터리는 LG화학이 독점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초소형배터리 매출을 따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이 회사 관계자는 “무선이어폰용 배터리를 비롯해 휴대폰, 노트북 등 소형배터리 매출은 지난해 3조~4조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배터리를 원하는 모양대로 자를 수 있는 제조 방식이 소형배터리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비결이라는 게 LG화학의 설명이다. LG화학은 수십여 개의 셀을 쌓아올려 하나의 배터리를 만드는 ‘래미네이션 앤드 스태킹’ 방식을 사용한다. LG화학 관계자는 “거대한 셀 하나를 둥글게 말아 배터리 모양을 잡는 기존 방식에 비해 낭비되는 공간이 적다”며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 없이 여러 모양으로 제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5년 LG화학은 스마트워치용 육각형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애플의 ‘에어팟 프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버즈’ 등 커널형(이어폰을 귓구멍 안에 꽂는 형태) 무선이어폰에 들어가는 코인셀 시장에서는 LG화학과 삼성SDI의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코인셀 초소형배터리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 버즈 플러스’에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도 코인셀 배터리 개발 및 사업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장은 독일의 바르타가 선점했지만 최근 소음 차단 기능의 커널형 무선이어폰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초소형배터리 시장은 작년 대비 90% 성장한 4억6000만 셀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가운데 코인셀은 2억6220만 셀로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