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사업성 좋은 재건축 단지를 골라보면…
1970년대 아파트 공급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이뤄졌다. 정부는 대한주택공사(지금의 LH)를 통해, 지자체는 관할 도시개발공사를 통해 아파트를 지었다. 그 이름이 각 시행자 이름을 딴 주공아파트와 시영아파트다. 이들 아파트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 저렴한 분양가로 우선 공급됐기 때문에 당시에는 서민이 사는 주택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50년가량 지난 요즘은 다르다. 주공아파트와 시영아파트를 좋은 투자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높은 입지경쟁력이 첫 번째 이유다. 지어질 당시 외곽 지역에 속해 있었지만, 그동안 도시가 팽창하면서 지금은 핵심 지역으로 편입된 곳이 많다. 대단지 아파트도 많다. 서울에는 주공아파트와 시영아파트가 총 70여 개 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40개가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구성돼 있다. 주공·시영아파트는 노후됐다는 단점이 있을 뿐, 재건축이 되고 나면 향후 지역을 대표하는 우량 단지가 될 수 있다는 잠재성을 갖고 있다.

강남이나 여의도, 용산, 목동에 위치한 주공·시영아파트가 좋은 투자자산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강서, 노원, 강북 등 비강남권 상황은 다르다. 과거에 비해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집값 과열’을 겪었던 다른 지역에 비해 시세가 높지는 않다. 사업성이 낮아 재건축이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투자수요가 많이 유입되지 않아 그간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다.

재건축 투자는 분양수입으로 사업비를 충당해 새집을 싸게 받는 것이 주된 목적인데, 이들 지역은 일반분양가가 낮아 분양수입으로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강북권에서 재건축이 완료된 아파트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강서, 노원, 강북 등의 새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서울 외곽에 속한 노원구 상계동의 새 아파트 가격은 3.3㎡당 25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새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는 것은 분양 수입 증가, 즉 사업성 개선을 의미한다. 사업성이 개선되면 재건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투자수요가 유입됨으로써 기존 아파트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이런 가격 상승 국면이 전개되면, 입지가 좋고 가구 수가 많다는 특징을 지닌 주공아파트와 시영아파트가 가장 주목받게 될 수 있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