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찾은 EU 무역 수장, 협상으로 분쟁 해결 희망 의사 전달
미국과 무역관계 재설정 모색하는 EU…"순조로운 출발"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필 호건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16일(현지시간) EU와 미국 간 무역 관계 재설정을 위한 노력과 관련, 출발은 순조롭다고 밝혔다.

17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EU와 미국 간 긴장 완화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호건 집행위원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비롯한 미국 고위 관리들과 의원, 기업인들과 회동 후 취재진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방문 기간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두차례 만나 의견을 잘 교환했으며, 이 자리에서 EU는 양측 간 여러 분쟁의 해결책을 협상하기를 바라며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보복 관세는 피하고 싶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순조로운 출발"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더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또 "나는 이틀 안에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호건 집행위원은 EU는 세계무역기구(WTO) 개혁과 중국 문제 등 미국과 공유하고 있는 우려를 항공기 제조사 보조금 문제, 디지털세, 무역 장벽에 관한 분쟁 해결을 진전시키는 데 지렛대로 활용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호건 집행위원은 EU는 미국이 일본 등 다른 국가와의 무역 협상에서 했던 것과 비슷한 부분 합의, 이른바 '미니딜'을 고려하는 데도 열려있다면서 하나의 가능성은 위생, 식물위생 기준에 초점을 맞춘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무역관계 재설정 모색하는 EU…"순조로운 출발"
그는 EU는 농업을 더 폭넓은 무역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준비가 안 돼 있다면서 그러나 EU는 이미 호의의 표시로 미국산 콩과 곡물,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늘렸다고 덧붙였다.

항공기 제조사인 유럽의 에어버스, 미국 보잉에 대한 보조금을 둘러싼 분쟁과 관련,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한 EU의 제안에 대해 미국 관리들은 불충분하다고 보고 있으나 일단 논의의 토대는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호건 집행위원은 현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EU와 미국이 이견을 해결하지 못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가장 큰 승자는 중국과 그 항공기 제조 업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복관세는 양측에 모두 해가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EU는 미국이 이와 관련해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방문 기간 미국 관리들과의 논의 과정에서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위협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호건 집행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독일 국방장관이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서명국인 독일과 프랑스, 영국을 상대로 대이란 정책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보도를 인정한 몇시간 뒤 나왔다.

EU와 미국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각종 무역 현안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워 EU를 포함해 외국산 철강 제품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각각 25%와 10% 관세를 부과했고, 최근에는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절차에 착수했다.

EU는 미국의 이 같은 보복 관세 부과 움직임에 EU 차원의 대응을 경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양측간 무역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긴장 완화 방안을 모색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