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년 연속 신년회를 주재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혁신을 화두로 내걸었다. 그는 “올해를 미래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며 “혁신을 지속해 나간다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더 신뢰받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 성장을 위해 5년간 투자 규모를 100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미래 리더십 확보 원년”

현대차그룹의 올해 경영 화두는 ‘수익성 확보’다. 무리한 판매 계획을 세우고 물량을 밀어내기보다 내실 있는 생산·판매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자동차산업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연구개발(R&D) 및 미래 기술 투자를 대폭 확대해 자율주행자동차, 친환경차 등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국내외 판매 목표를 754만 대로 잡았다. 작년 실적(719만3000대)보다 4.8% 많은 수준이다. 현대차는 국내 73만2000대, 해외 384만4000대로 제시했다. 기아차는 국내 52만 대, 해외 244만 대를 목표로 세웠다. 현대·기아차는 무리하게 확장하는 대신 수익성 강화와 모빌리티(이동수단) 등 미래 시장 리더십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명예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 밀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을 대폭 늘리고 있다.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등 수익성이 높은 SUV 공급을 확대하고 신형 쏘렌토와 제네시스 신차를 출시해 고수익 사업구조로 바꿀 계획이다.

중국에선 현지 최대 인터넷서비스 업체인 바이두 등과 협업해 첨단기술을 적용한 신차들을 앞세우기로 했다. 현대차는 ix25 싼타페 쏘나타, 기아차는 K3 KX3 등 중국 전략 차종을 내세워 떨어진 판매량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의 환경 규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아반떼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코나 전기차(EV) 등 친환경차 판매도 본격화한다.

유럽시장에서는 이산화탄소 규제 강화에 맞춰 전기차 판매를 늘리고 SUV 친환경차를 추가로 투입한다. 인도 등 신흥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8월 연산 30만 대 규모의 인도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작년 말 인도네시아 완성차공장도 착공했다.

○“향후 5년간 100조원 투자”

현대차그룹은 중장기 투자계획도 마련했다. 미래 성장을 위해 그룹 총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100조원 이상을 쏟아붓기로 했다.

친환경차 확대 전략도 세웠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현재 15종인 친환경차를 44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차량 전동화에만 3조3000억원을 쏟아붓는다. 앞으로 다가올 탈(脫)내연기관 시대를 맞아 선제적 투자를 통해 ‘게임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자율주행 등 미래차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투자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톱3’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업체인 아일랜드의 앱티브와 손잡고 2조4000억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2022년까지 4단계(비상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완전자율주행) 자율주행 시스템을 선보인다는 목표도 세웠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차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늘길을 열기 위한 미래 신사업 전략도 세워놨다. 현대차그룹은 도심항공 모빌리티(UAM)를 2028년 상용화할 예정이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개인용 비행체(PAV)를 8년 뒤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UAM과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모빌리티 환승거점(허브) 등으로 이뤄진 미래 비전도 마련했다. 개인용 비행체를 통해 도심 하늘길을 열고, 땅 위에선 개인별 맞춤형 이동수단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최근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인 미국 우버와 공동 개발한 PAV의 디자인 콘셉트 모델인 S-A1을 ‘CES 2020’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