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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우버 등 '개인비행체'
수년 내 상용화 가능할 듯
여의도~인천공항 15분…"난 하늘택시 타고 간다"

서울 마포에 사는 직장인 A씨는 해외출장을 가기 위해 여의도로 향한다. 한강 둔치에서 비행체를 타기 위해서다. 비행체가 떠오른 뒤 인천공항까지 날아가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 차로 공항에 가려면 한 시간 이상 걸리지만, 뻥 뚫린 하늘길을 이용하면 이동시간이 4분의 1로 줄어든다.

수년 내 현실이 될 모습이다. 현대자동차 도요타자동차 우버 에어버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개인용 비행체(PAV) 개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수년 내 상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에서 도심항공용 개인비행체 S-A1을 공개했다. 길이 10.7m, 폭 15m의 이 비행체는 최대 5명이 탈 수 있도록 설계됐다. 프로펠러 8개로 움직이며,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다. 한번에 최대 100㎞를 비행할 수 있다. 300~500m 상공을 날며, 최고 속도는 시속 290㎞다. 현대차가 잡은 상용화 시기는 2028년이다.

글로벌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더 공격적이다. 2023년부터 미국 댈러스 프리스코역에서 포트워스공항까지 42㎞ 구간에 플라잉택시를 운항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동차로 이동하면 30분 이상 걸리지만, 플라잉택시를 이용하면 7분 만에 갈 수 있다는 게 우버 측 설명이다. 일본 통신전자기기업체 NEC는 지난해 프로펠러 4개를 갖춘 비행체 시제품을 수분간 하늘에 띄우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10년 뒤 도심항공시장 385兆…2040년엔 4.5배로 커져

업계에서는 2030~2035년께 도심항공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도심항공 시장이 2030년 3321억달러(약 385조원), 2040년 1조4739억달러(약 170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자동차의 도심항공 사업을 총괄하는 신재원 부사장은 “자율주행 및 배터리 기술의 발전 속도와 관련 제도 정비 시점 등을 감안하면 2035년께 사업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개인용 비행체(PAV)가 상용화되면 도시 거주자의 삶이 180도 바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대도시의 고질적인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게 돼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글로벌 교통분석 전문기관인 인릭스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영국 런던 등 글로벌 대도시 운전자들은 1년에 50시간 이상을 교통정체 때문에 낭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헨리 포드가 1903년 공장에서 자동차를 대량 생산한 이후 100여 년간 사람들의 이동 방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동하려면 자가용이나 버스·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전기로 달리는 자동차가 나오고 차량공유(카셰어링) 서비스가 대중화됐지만, 네 개의 바퀴가 달린 차량이 도로 위를 달리는 장면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매일 접하는 이 같은 광경은 5~10년 뒤면 ‘역사 속 한 장면’이 될지 모른다.
300m 상공을 시속 300㎞로 질주…PAV 타고 '나 혼자 난다'
영화 속 장면이 현실로…드론 기술이 PAV에도 적용


개인용 비행체(PAV)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PAV는 적게는 1~2명, 많게는 7~8명이 타는 비행체를 의미한다. 활주로가 없어도 떠오를 수 있고, 소음이 크지 않아 도심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비행기 또는 헬리콥터와 구분된다. 개인용 비행체를 타고 도심 상공을 날아 이동하겠다는 건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공상과학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고, 수많은 발명가가 개발을 시도했다.

걸림돌은 기술력이었다. 소음 없이 하늘길을 이동하는 건 쉽지 않았다. 비행기나 헬리콥터 수준의 소음은 도심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가격과 안전성도 문제였다. 한동안 ‘꿈’에 머물렀던 개인용 비행체가 실현 가능한 현실로 다가왔다. 현대자동차, 도요타자동차, 우버, 에어버스, 보잉 등 글로벌 대기업이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드론 기술 발달에 현실로 다가온 PAV

PAV를 실현 가능하게 한 건 드론 기술이다. 여러 개의 로터(회전날개)가 돌면서 발생하는 힘(양력)으로 기체를 띄우고 움직이는 드론을 확대하면 사람이 탈 수 있는 PAV가 된다. 많은 PAV 개발업체는 드론과 비슷한 형태의 비행체를 연구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에서 공개한 PAV ‘S-A1’을 보면 한 쌍의 날개와 한 쌍의 꼬리날개에 모두 8개의 로터가 달렸다. 헬리콥터 제조사 벨이 선보인 콘셉트 비행체 ‘넥서스 4E’의 모습도 비슷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직 이착륙을 하기 가장 좋은 형태이기 때문이다. 도심에서 이용하려면 활주로 없이 공중에 떴다가 내려앉을 수 있어야 한다.

구동 원리도 드론과 비슷하다. 로터가 빠르게 회전하면서 기체가 하늘로 떠오른다. 떠오른 뒤에는 로터가 수직으로 꺾여 비행체가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틸트 로터’ 방식이라 부른다.

로터가 꺾이지 않는 비행체를 개발하는 업체도 있다. 이 경우 로터의 회전 속도에 차이를 둬 전후좌우로 이동할 수 있다. 일부 업체는 아예 회전날을 없앤 프로펠러 기술 개발에 나섰다.

대부분의 PAV 개발업체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선택하고 있다. 가솔린, 디젤 등 화석연료를 쓰면 무게 때문에 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PAV 분야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우버는 △크기 150㎾h △밀도 300Wh/㎏ △수명 500사이클(500번 충전) 등의 배터리 기준을 제시했다. 현재 배터리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PAV가 상용화되는 시점에는 이 기준을 충분히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PAV와 수소연료전지를 쓰는 PAV 등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전성·소음 우려가 걸림돌

PAV 관련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빠르다는 관측이 많다. 글로벌 기업들이 PAV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2016년이다. 중국 드론 업체 이항이 ‘CES 2016’에서 PAV 모형을 전시한 게 기폭제가 됐다. 우버는 같은 해 10월 PAV 개발 및 상용화에 관한 장기계획을 발표했다.

2017년 PAV 개발회사는 20개 수준에 그쳤지만 지금은 200개가 넘는다. 초기에는 드론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주로 이 분야에 관심을 뒀지만 이제는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도 PAV를 미래 핵심 먹거리로 삼고 나섰다.

하지만 PAV가 도심 하늘을 날아다니는 세상이 당장 오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안전성을 둘러싼 우려가 많은 데다 소음 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이유다. PAV 운항시스템이 해킹되면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늘길을 이용하다 보니 기상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한계로 거론된다. 가격 역시 상용화의 걸림돌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초기 모델 가격이 대당 20만~100만달러(약 2억3000만~11억5900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부분 국가에 PAV를 어떻게 운항할지에 관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의회가 관련 규제를 복잡하게 적용해 사실상 PAV 운행을 막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등 개발업체는 이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해결될 것으로 자신한다. 현대차에서 도심항공 분야를 총괄하는 신재원 부사장은 “우리가 개발할 첫 PAV는 로터 소음이 55dBA로 사람들이 편하게 말하는 데 지장이 없는 수준”이라며 “로터 8개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부가 고장나더라도 안전에 문제가 없고, 어지간한 수준의 바람은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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