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자극 피했지만…금리인하 가능성 여전
한국은행이 1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최근 실물 경제가 저점을 지났다는 판단과 함께 꿈틀거리는 부동산시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후 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사진)는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고 있는 만큼 경기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금융안정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 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했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조동철, 신인석 위원 등 금통위원 2명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금리 동결과 인하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놨다. 그는 “저금리 여건이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리는 역할을 일부 했고, 향후 기준금리 결정 때도 부동산 가격을 고려할 것”이라며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과 상충하지 않으며 이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반응도 ‘연내 동결’과 ‘이르면 다음달 인하’로 갈리고 있다.
집값 자극 피했지만…금리인하 가능성 여전
서울 집값에 주목한 금통위

한은이 이날 배포한 통화정책 방향 관련 참고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주택매매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8% 뛰었다. 지난해 3분기 상승률(0.4%)보다 1.4%포인트 더 높았다. 이 총재는 “주택 가격은 수도권에서 오름세가 크게 확대됐고 지방도 상승세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 인식이 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판단도 이번 금리 결정의 근거로 작용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산업활동 동향 자료를 보면 소매판매, 설비투자, 경기선행지수가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며 “올해 경제는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 1차 합의 영향을 묻는 질문엔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더 수입하면 중국 시장에서 미국과 경합하는 국내 품목에 부정적”이라면서도 “중국의 경기 회복과 글로벌 교역 확대로 한국 수출에 긍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부 부동산 대책이 건설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정부가 건설경기를 살려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소수의견 2명 등장 ‘촉각’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전망하는 목소리에 조금씩 힘이 실리고 있다. 경기지표가 좋아지는 데다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정부와의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금리 동결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상훈 K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부터 물가가 뛰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불안이 누그러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금융안정 변수가 더 부각되고 있어 올해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르면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3%)가 잠재성장률 수준(한은 추정치 2.5~2.6%)을 밑도는 등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한 소수의견이 2명(조동철·신인석 위원) 등장한 것도 인하론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경제지표는 작년 기저효과로 일부 좋아지겠지만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한은의 경기 우려도 깊어 다음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