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임기 1년여 남기고 '총선 레이스'
"기관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
국책硏 수장까지 '총선용 사표'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사진)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표를 냈다. 국책연구기관의 수장이 이례적으로 정치권으로 직행하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정책 연구자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는 지적과 “참정권은 누구에게나 기본 권리”라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1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에 따르면 이 원장은 “고향인 경남 양산으로 내려가 출마하겠다”며 전날 사직서를 냈다. 이 원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였다.

그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양산 갑 선거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선택을 받아보려 한다”며 “대외경제 협력 강화 분야에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양산 갑 출마를 선언한 박선미 공인회계사, 김성훈 전 경남도의원 등과 함께 민주당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됐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들은 대체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가 정책의 산실(産室)인 국책연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국책연구기관 부원장은 “정권이 바뀌면서 국책연구기관장이 물갈이되는 건 많이 봤지만 스스로 사표를 내고 총선 레이스에 뛰어드는 기관장은 처음 봤다”며 “이런 일이 빈번해지면 국책연구기관도 공공기관처럼 ‘낙하산 인사’들의 총선 징검다리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직 국책연구기관장은 “정치에 뜻을 가진 기관장이 생겨나면 구성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국책연구기관이 ‘여당 싱크탱크’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한반도 평화경제’ ‘신남방·북방정책’ 등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목소리를 냈다. KIEP가 지난해 8월 연 ‘비무장지대(DMZ) 평화경제 국제포럼’이 대표적인 사례다. KIEP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공동 기획한 이 행사는 지난해 초 이 원장이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건의해 성사됐다. 일각에선 “정책연구 활동으로 쌓은 전문성을 입법 활동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연구기관 출신이 정치권에 뛰어드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4·15 총선 지역구 출마를 위한 공직 사퇴 시한은 이날까지였다. 공공기관장 중에서는 이 원장 외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등이 여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사퇴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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