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 '기능성' 표시 허용해놓고
'식약처 인증 아니다' 의무 병기
식품업계 "안하니만 못해" 반발
“인삼의 면역기능 증진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올해 4월부터 인삼과 홍삼처럼 건강 향상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 원료를 사용했다면 식품 포장지에 이처럼 기능성 표시 문구를 넣을 수 있다. 지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거친 건강기능식품에만 기능성 문구를 사용하지만 앞으로 식품 분야에 더 폭넓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규제를 완화해 식품업체들이 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도록 유인한다’는 취지로 제도 개선이 이뤄진 결과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행정예고한 식약처 고시안에는 또 다른 조항 하나가 추가됐다. 식품 포장지에 ‘식약처가 인증한 건강기능식품은 아닙니다’라는 문장을 같이 기재하도록 한 것이다. 제품 이름 등이 있는 주 표시면에 10포인트 크기로 소비자가 해당 문장을 잘 인식하도록 표기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을 접한 식품업계는 당황하고 있다. 식품의 건강 관련 기능을 내세우는 문구 바로 옆에 해당 내용을 부정하는 듯한 문장을 넣어야 해서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업체가 거짓말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줘서 아예 넣지 않는 게 나을 판”이라며 “모처럼의 규제 완화 효과가 퇴색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식품에 대한 기능성 문장 표기는 지난해 3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의제로 정한 뒤 식약처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련 내용을 논의해 왔다. 식약처는 예고 기간 중 의견 수렴을 거쳐 고시안을 확정짓는다는 방침이다. 식품업계는 ‘건강기능식품은 아니다’는 문구를 넣더라도 주 표시면이 아니라 원재료, 영양정보 표기란에 기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건강 기능성을 표기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정식 건강기능식품과 혼동할 수 있다는 소비자단체 의견에 따라 안내 문구를 넣도록 한 것”이라며 “식품업체들의 주장도 감안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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