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고객 동의없이 요금변경 안돼"…세계 첫 넷플릭스 약관 개정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사진)가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된 약관을 고쳤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요구를 받고서다. 세계를 무대로 사업하는 넷플릭스가 약관을 고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15일 넷플릭스 약관을 심사한 결과 일방적인 요금 변경 등 6개 조항이 불공정한 것으로 확인돼 시정토록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넷플릭스 약관 가운데 △고객 동의 없이 요금·멤버십을 변경할 수 있는 점 △회원 계정 종료·보류 조치 사유가 불명확한 점 △해킹 등 회원 책임이 아닌 사고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 조항 등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 또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 점, 일방적으로 회원 계약을 양도·이전할 수 있는 조항 등도 문제 삼았다.

공정위의 시정 요구에 따라 넷플릭스는 ‘수시로 요금·멤버십을 바꿀 수 있고 모든 변경은 회원에게 통지한 다음 결제 주기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조항을 ‘넷플릭스는 요금·멤버십 변경에 대해 적용 시기 등을 포함해 회원에게 통지해 동의를 받는다. 회원이 변경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멤버십을 해지할 수 있다’로 바꿨다.

넷플릭스가 회원 계정을 임의로 종료하거나 보류할 수 있는 사유도 불법복제, 명의도용, 신용카드 부정 사용과 이에 준하는 사기 및 불법 행위 등으로 명확하게 규정했다. 기존 약관은 ‘회원이 본 이용약관을 위반하거나 불법적이거나 사기성 있는 서비스 사용에 가담하는 경우’라는 식으로 사유를 포괄·추상적으로 규정했었다.

또 ‘넷플릭스는 언제라도 회원과의 계약을 양도·이전할 수 있고, 회원은 이에 협조하는 데 동의한다’는 조항도 ‘넷플릭스는 회원과의 계약을 관련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양도·이전할 수 있고, 회원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멤버십을 해지할 수 있다’로 변경했다.

‘회원은 넷플릭스를 상대로 모든 특별 배상, 간접 배상, 2차 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포기한다’는 내용은 ‘넷플릭스는 고의·과실로 인해 회원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되 특별한 사정으로 통상 범위를 벗어나는 손해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제외하고는 책임지지 않는다’로 개정했다. 개정된 약관은 오는 20일부터 적용된다.

이태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이번 조사는 신고를 받은 게 아니라 공정위가 직권 조사한 것”이라며 “국내 OTT의 약관도 전반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