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유형별 보험사기 집계

가족 동원 "식중독 고발" 협박
마트·음식점서 6700만원 타내
200명 규모 배달업 사기 조직
1년간 150건 사고, 30억 '꿀꺽'
A손해보험사는 지난해 배상책임보험금 지급 심사를 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부모와 자녀 네 명이 음식점에서 식사한 뒤 식중독에 걸렸다고 주장한 사례가 여러 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노린 곳은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점포였다. 점포 입구에 보험 가입증을 걸어둔 것을 보고 범행 장소를 가려냈다. 일가족이 보건소에 고발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해서 받아낸 보험금은 6700만원에 달했다. 2015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39건의 보험사기 행각을 벌였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보험사기를 저지른 셈이다.

보험사기가 갈수록 극성을 부리고 있다. 도를 넘은 사기 행각이 기존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올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식중독 꾀병·고의사고…보험사기 4134억 적발

10대 청소년까지 보험사기에 가담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손해보험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3732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10억원(3.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명보험 보험사기와 합치면 규모는 더 커진다. 같은 기간 보험사기 전체 적발금액은 41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4억원(3.4%) 증가했다. 보험사기 대부분이 손해보험 상품에서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사기는 갈수록 조직화·지능화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을 악용하는 사례가 두드러졌다. 비만 치료제(삭센다 주사)를 감기 치료 등으로 위장해 보험금 5억여원을 받아낸 환자와 브로커, 의료인 등 200여 명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뒤 집에 누수가 일어난 것처럼 서류를 꾸민 사례도 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를 이용해 보험사기 가담자를 모집한 경우도 적발됐다. 200여 명 규모의 한 배달업 보험사기 조직은 이륜차 배달 단기 근로자를 모집한 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꼬드겨 고의로 150건에 달하는 접촉 사고를 내게 했다. 이들이 타낸 보험금은 30억원에 달했다. 금감원은 해당 보험사기에 10~20대 배달원들이 개입됐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사회 경험 부족으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낮다는 점을 악용해 보험사기에 가담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10대 청소년의 보험사기가 전년보다 24.2% 증가했다”며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한 구인광고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의의 보험소비자 피해 늘어

전문가들은 선의의 보험소비자들이 보험사기에 따른 피해를 본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보험사기 건수와 금액이 증가함에 따라 보험사도 보험금 지급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다.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올라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상품 판매가 중단된 사례도 적지 않다. 홀인원보험과 휴대폰보험이 대표적이다. 캐디와 동반자들이 홀인원을 조작하는 보험사기가 급증하면서 손해율이 200% 이상으로 높아지자 보험사들은 한때 홀인원보험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휴대폰보험은 가입자가 휴대폰을 분실해놓고선 파손됐다고 서류를 꾸며 보험금을 타낸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소액의 보험금을 더 받기 위해 과당청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액에 상관없이 이 같은 사례는 모두 보험사기에 해당한다”며 “청소년들이 자기도 모르게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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