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라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라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르노삼성 노조원의 파업 참여율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 임금을 올리고 근로 강도를 낮추고자 파업을 선택했지만, 현재 상황에서 파업으로 일을 놨다가는 계속 쉬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14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이날 부산공장 임직원 2172명 가운데 1709명이 근로희망서를 내고 출근했다. 총 1727명인 노조원 가운데 파업에 참여한 인원은 463명으로 집계됐다. 파업 참여율은 26.8%다.

르노삼성 노조가 지난해 파업을 결정한 이후 파업 참가율은 지속 하락세에 있다. 파업 시작 당시만 해도 참가율이 절반에 가까웠지만 지난달 31일에는 30.1%로 떨어졌고 이제는 20%대로 밀려난 것.

파업 참가율이 지속해 낮아지는 것은 잠시 일감을 놓았다가 평생 놓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까지 생산 물량의 절반을 책임지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만료됐다. 일감 절벽을 만회하고자 닛산 캐시카이 후속 모델 수주를 추진했지만 노사 갈등이 발목을 잡아 실패했다.

현재는 르노의 XM3(현지명 아르카나) 유럽 수출물량 9만대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마저 실패하면 르노삼성의 일감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물론, 회사가 문을 닫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르노삼성차 2019년 상반기 파업 모습 [사진=연합뉴스]
르노삼성차 2019년 상반기 파업 모습 [사진=연합뉴스]
물량 결정권을 쥔 프랑스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의 파업 사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신차 물량을 맡길 수 있는 공장인지 아닌지를 따지고 있는 것. 이달 말에는 그룹 2인자가 부산공장을 방문하는데, 이 자리에서 르노삼성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르노삼성도 중요한 시기에 파업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는 파업 동력이 떨어지자 출근 시간에 참가자를 지명하고 파업을 지시하는 게릴라성 파업으로 피해를 극대화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말부터 지난 9일까지 약 6000대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게릴라성 파업으로 공장 가동률이 20%를 하회하자 르노삼성은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해 주·야 교대조 근무를 주간조로 통합했다. 파업에 불참하고 출근하겠다는 내용의 근로희망서를 제출한 직원에 한해서만 출근을 허용하면서 공장 가동률은 평소의 절반 수준까지 회복됐다.

게릴라 파업이 효과를 잃자 노조는 서울 역삼동 르노삼성 본사 앞 상경집회와 부산시 집회 등을 이어갔다. 르노삼성 노사 갈등 국면을 더 노출하면서 지난해 르노삼성 노사 상생 공동선언문 발표에 관여한 부산시가 책임을 지고 노사 갈등에 개입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르노삼성 노동조합이 10일 서울 강남구 르노삼성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르노삼성 노동조합이 10일 서울 강남구 르노삼성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지난해 6월 르노삼성 노사는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하면서 무분규 사업장으로 거듭나겠다는 상생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6개월 뒤 르노삼성 노조는 상생 공동선언문을 뒤집고 파업에 나섰다.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기본급 15만3335원(8.01%) 인상 △노조원 한정 매년 통상임금의 2% 추가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일시금 및 격려금 400만원 등 26개 항목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기본급 인상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는 이유다.

한편 이달 말 부산공장을 찾는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사실상 르노삼성의 생사여탈권을 쥔 인물로 평가된다. 르노삼성 지분의 79.9%를 보유한 르노그룹은 지난해까지 위탁생산 방식으로 르노삼성 생산량의 절반을 제공해왔다. 지난해 2월에도 한국을 찾았던 모조스 부회장은 노조에게 "일자리는 생산성을 높일 때 지킬 수 있다"는 경고를 남긴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조스 부회장은 르노삼성 물량 배정에 결정적인 발언권을 가진 인물"이라며 "XM3 유럽 수출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지는 만큼 사실상 그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