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화합·주주간 합종연횡에 그룹 경영권 향방 갈릴듯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명운이 달린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며 지분율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이에 따라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총수 일가의 화합 여부와 주주 간 합종연횡에 따라 그룹 경영권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3월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건을 다룬다.

고(故)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한진그룹 총수 일가 중 한진칼의 사내이사는 조 회장이 유일하다.

반도건설마저…새 변수 등장에 복잡해진 한진칼 지분율 셈법
자칫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불발될 경우 총수 일가의 그룹 경영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반도건설이 10일 경영 참가를 선언하고 나서며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한 가운데 주총에서의 표대결을 앞둔 지분율 셈법은 한층 더 치열하고 복잡해졌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주총 참석율이 77.18%였던 작년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안건 통과를 위해 최소 38∼39%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작년 주총 당시 "진짜 승부는 올해 주총"이라는 얘기가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주총 참석율은 작년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일단 조 회장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최근 '반기'를 들고 나선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달래고 가족의 화합을 이끌어내 가족의 지분을 모두 확보하는 것이다.

이 경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총수 일가의 지분은 28.84%로, 대한항공과 조인트 벤처(JV) 등 제휴를 맺은 '백기사' 델타항공(10.00%)의 지분을 더하면 이번에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한 반도건설과는 별개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

반도건설마저…새 변수 등장에 복잡해진 한진칼 지분율 셈법
문제는 가족 내에서 지분 이탈이 생기는 경우다.

만약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한 조 전 부사장이 끝내 "공동경영이라는 선친의 유훈을 지키지 않았다"며 동생과 등을 돌려 이탈하게 되면 조 회장 측 지분(특수 관계인 포함)은 22.45%로 줄어든다.

외국인 주주나 소액주주의 지분을 제외하고 보면 이 경우 델타항공의 지원만으로는 과반 확보가 아슬아슬하기 때문에 반도건설의 향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뿐 아니라 '성탄절 소동'으로 갈등을 빚었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마저 이탈해 조 회장이 가족 내에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일 경우 주주 간의 합종연횡이 경영권 향방을 가르게 된다.

이 경우 조 회장의 지분은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도 10.67%에 불과하기 때문에 델타항공은 물론 반도건설(의결권 행사 유효 기준 8.20%)의 지원까지 절실해진다.

두 주주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지분율 합계가 28.87%에 불과해 추가 우호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작년의 경우 당시 3대 주주(7.34%)였던 국민연금은 조양호 회장의 측근 석태수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올해 주총에서도 그룹의 편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이 지난달 말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확정한 것도 조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한진칼 지분 4.11%를 보유하고 있다.

총수 일가 개개인의 보유 지분이 6% 안팎인데 비해 다른 주요 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것도 조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 있다.

당장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끊임없이 위협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17.29%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린 상태다.

반도건설마저…새 변수 등장에 복잡해진 한진칼 지분율 셈법
지난 7일에는 신민석 KCGI 부대표가 유튜브 'KCGI TV' 채널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한진그룹) 경영진이 부채비율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총수 일가를 압박하고 나서기도 했다.

KCGI가 그동안 호텔사업 정리를 요구해 온 만큼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만약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손을 잡고 반도건설까지 연대해 공동 전선을 구축할 경우 지분율 합계는 31.98%가 된다.

여기에 국민연금이나 외국인 주주 등이 가세할 경우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된다.

그동안 그룹 우호세력으로 분류돼 온 델타항공이 조 회장 대신 KCGI와 손을 잡고 반도건설, 국민연금 등과 연대해 총수 일가에 맞설 경우 지분율 합계가 39.60%로 껑충 뛰어오른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얽혀 있는 주주의 이해관계로 지분 확보 경쟁이 지속할 것"이라며 "주주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3월 주주총회까지 불안정적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