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행장은 12일 한국경제신문이 시행한 ‘글로벌 사업계획’ 설문조사에서 “올해 글로벌 사업에 투자하는 금액을 지난해보다 적어도 10% 이상 늘리겠다”고 답했다. 국내 은행 산업의 전망이 어둡다고 진단해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외 법인·사무소·지점 등도 늘리기로 했다. 최대 격전지로는 베트남을 꼽았다.
5대 은행장 "글로벌 순이익 10% 이상 늘린다"…최대 격전지는 베트남
○“해외 사업기지 더 만든다”

허인 국민은행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지난해보다 글로벌 사업의 순이익 목표치를 전년 대비 20% 이상 늘려 잡았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10% 이상 늘리겠다”고 답했다.

해외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해외 법인·사무소·지점을 10곳 이상 확장한다는 응답이 3명(국민·KEB하나·우리은행), 5곳 이상 추가하겠다는 응답이 1명(농협은행)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지난해(160곳)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글로벌 사업 투자금액은 3명(국민·KEB하나·우리)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려 잡았다고 밝혔다. 신한·농협은행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베트남 집중 전략 잇따라

5대 은행의 글로벌 최대 격전지로는 베트남이 꼽혔다. 5명 중 4명(신한·KEB하나·우리·농협은행)이 올해 가장 초점을 맞추는 국가로 베트남을 지목했다. 진 행장은 “베트남에서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라며 “대출뿐 아니라 외환파생, 자산관리(WM)부문 등 여러 방면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손 회장도 “베트남 영업채널을 확대해 현지 기업과 소매시장을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캄보디아에 집중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캄보디아 1위 소액대출업체인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를 인수했다. 이 회사를 동남아시아 사업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2위 공략지는 다양했다. 신한은행은 일본,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미얀마를 꼽았다. 진 행장은 “한국은 기축통화 국가가 아니어서 통화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며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라도 일본 사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미얀마의 잠재력을 주목했다. 허 행장은 “올해 미얀마 은행시장이 추가 개방되고 외국계 은행에 대한 영업 범위가 확대되면 더 많은 사업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를 2위 공략지로 내세웠다. 인도네시아는 인프라 확충 시 영업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농협은행은 중국을 꼽았다. 이 행장은 “동북아시아 거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베이징지점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손 회장은 “과도한 설립 자본금 등 현지 금융당국의 인허가 규제가 많다”며 “시장 진입 제약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간접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지 행장은 “심사와 인가가 지연돼 지점 하나를 개설하는 데 3년 넘게 걸린 적도 있다”고 전했다.

○국내 은행산업 성장 한계

5대 은행장 모두 국내 은행산업은 전망이 어둡다고 진단했다. 진 행장은 “국내 대부분의 사업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추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허 행장도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려면 글로벌 확장이 필수”라고 말했다.

지 행장은 “은행업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국내는 7%에 그치지만 남미는 17%가 넘고 아시아는 13%를 웃돈다”며 “글로벌 사업을 통해 이익을 늘리고 자본 효율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 역시 “저금리로 인한 순이익마진 하락 등으로 국내 은행산업의 수익성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행장은 “글로벌에서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선진국 기업금융(IB) 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IB데스크를 설치한 두바이와 독일에서 인수 금융 및 항공기 금융 등 다양한 IB사업을 벌이는 전략을 수립했다. 농협은행은 올해 뉴욕과 홍콩 시드니 등에서 IB사업을 키우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지은/정소람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