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확대경 - 노동사회硏·소주성특위 보고서

자영업자 최저임금 부담 커져
1분위내 비중 14→16%로 증가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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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근로자의 소득 수준을 올리고, 이 소득이 다시 소비로 이어져 경기가 부양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의 골자다. 하지만 지난해 저소득층의 소득은 오히려 줄었고, 소비 증가의 혜택을 볼 것이라던 자영업자는 저소득층으로 내려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와 진보 성향 싱크탱크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분석한 결과다.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청와대와 진보진영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악화되는 저소득층 생계

노동사회연구소는 지난 6일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불평등 축소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원자료를 분석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시간당 임금은 지난해 크게 높아졌지만 월 급여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주(자영업자 등)들이 고용시간을 줄인 데 따른 결과다.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소득 하위 20%)의 지난해 시간당 임금은 8.3%, 2분위는 8.8% 늘었다. 하지만 월 급여는 1분위가 4.1%, 2분위는 2.4% 줄었다. 월 근로시간이 각각 2.8시간, 3.1시간 감소한 결과다.

소주성특위는 9일 ‘1분위 근로소득 감소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역시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의 원자료를 분석했다.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1분위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감소가 사업소득에 해당하는 자영업자의 1분위 내 비중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을 담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해당 자료는 악화되는 자영업자의 현실을 나타냈다. 자영업자는 가장 소득이 높은 5분위에서 5만700가구, 4분위는 9만5800가구, 3분위에선 3만5000가구 줄었다. 하지만 2분위는 6만1500가구, 1분위는 6만6400가구나 늘었다. 자영업자들이 말 그대로 저소득층으로 굴러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1분위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3.6%에서 지난해 16.1%로 높아졌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저소득 근로자의 월 급여가 줄어들고, 자영업자들이 저소득층으로 편입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처음 내세웠을 때와 정반대 결과다.
자영업자 7만가구 빈곤층 추락…정부 분석에서도 '소주성 역설' 확인

‘자영업자 탓’했지만…

두 보고서가 각자의 주장을 반박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소주성특위는 자영업자 유입을 털어내고 순수 근로자들의 근로소득만 집계하면 하위 20%의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0.9%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노동사회연구소는 좀 더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지난해 전년 대비 월 급여가 하위 10%는 51만원에서 49만원으로, 하위 10~20%는 129만원에서 126만원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노동사회연구소는 저소득층의 월급여 감소에 대해 “고용주가 현행법의 허점을 악용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주성특위 자료에서는 저소득층 고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영업자의 경영이 악화돼 인건비를 늘릴 여지가 없음이 증명됐다.

현장 분위기도 두 보고서의 내용과 다르지 않다. 주 16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을 줘야 한다는 이유로 근무시간을 15시간 이하로 나누는 ‘알바 쪼개기’가 편의점과 식당을 가리지 않고 성행하고 있다. 똑같은 종류의 아르바이트라도 과거와 같은 시간을 일하려면 세 곳 이상 옮겨다녀야 하는 것이다. 서울 성북구의 한 편의점주는 “점주 입장에서 지난 2년간 29% 인상된 최저임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은 변함없다”며 “월평균 150만원 안팎이 손에 떨어져 아르바이트생보다 적게 번다”고 하소연했다.

취약계층으로 꼽히는 노인도 소득주도성장의 피해자다. 경비와 청소 등 노인들이 주로 하던 민간 일자리가 최저임금 급등 여파로 줄어들면서 근로시간이 적은 지하철 택배, 보철물 배달 등으로 내몰렸다. 서울의 한 시니어클럽 관계자는 “그래도 월 140만~150만원은 벌던 분들이 지하철 택배에 정부 노인일자리까지 하고도 70만원을 채 손에 못 쥐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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