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출신 신재원 부사장, 자동차와 항공기의 경계 넘어
대량생산 틸트로터 항공기로 항공 산업 진출
원하는 때 누구나 이용하는 '비행의 민주화' 목표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UAM 생태계 비전. 우측 S-A1 모델이 프로펠러를 앞으로 향한 채 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UAM 생태계 비전. 우측 S-A1 모델이 프로펠러를 앞으로 향한 채 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항공 시장에 도전한다.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한 소형 항공기를 대량생산·보급해 여객기가 독점하고 있는 하늘길을 '민주화'하겠다는 구상이다.

9일 현대차(130,000 -0.76%)에 따르면 2028년 보급을 목표로 제시한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S-A1'은 소형 항공기에 해당한다. 현대차가 추진하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사업도 여객기와 자동차 중간 개념의 소형 항공기 시장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신재원 현대차 UAM 사업부담당 부사장은 최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자동차 회사가 항공기 만들라는 법이 있느냐.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만 만들고 비행기 회사는 비행기만 만든다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뜻을 밝혔다. 현대차가 공개한 S-A1은 전장 10m, 날개 길이 15m로 일반적인 경비행기보다 덩치가 크다. 틸트로터 프롭 방식을 채택했고 조종사 1명을 포함해 5명이 탑승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PAV의 기준으로 △5인 미만의 승객 △순항속도 240~320km/h △운전면허 보유자 누구나 운전 가능 △비행 거리 1300km △집집마다(도어 투 도어) 이용 가능한 솔루션 등을 제시하고 있다. 승용차 수준의 크기에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해 자율비행하거나 그에 준하도록 쉬운 조종이 가능해야 한다고 규정한 셈이다.
현대차가 제시한 PAV 콘셉트 S-A1은 프로펠러 방향이 바뀌는 틸트로터 프롭 항공기 형태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가 제시한 PAV 콘셉트 S-A1은 프로펠러 방향이 바뀌는 틸트로터 프롭 항공기 형태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기준' 벗어난 목표, '비행의 민주화' 노린다

현대차가 제시한 S-A1은 나사가 정의하는 PAV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전문 조종사가 필요하기에 누구나 운전할 수 없고, 크기 탓에 도심 내 이착륙장을 마련하기 어렵다. 나사에서 항공연구총괄본부 본부장을 역임했던 신 부사장이 나사의 기준을 벗어난 PAV를 목표로 삼은 것이다.

신 부사장이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기준을 벗어난 것은 그로 인해 하늘길을 '민주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 부사장은 "UAM 사업을 통해 지상 교통정체로부터의 해방과 누구나 이용 가능한 비행의 민주화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대부분의 사람은 원할 때 비행을 할 수 없다. 엄청난 부자는 개인 비행기가 있으니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항공사 일정에 자신이 맞춰야 한다"며 "UAM 시장이 열리면 수요에 따른 항공 모빌리티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구상하는 UAM 사업은 개인용 비행기를 보급·대중화 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양산차 기업의 대량생산 기술을 무기로 삼았다. 신 부사장은 "비행체를 아무리 잘 설계하고 디자인해도 양산체제를 갖추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현재 항공사에서 운항하는 비행기가 약 2만5000대이고, 보잉에서 가장 많이 만드는 737도 한 달에 60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틸트로터 프롭 항공기인 V-22 오스프리. 사진=보잉

대표적인 틸트로터 프롭 항공기인 V-22 오스프리. 사진=보잉

이어 "UAM이 실제 상용화가 되면 대도시에서 하루 수백번 운행하는 시장이 될 것이기에 기존 항공기처럼 만들 수는 없다. 완성차 제조사와 같은 대량생산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동화, 빅데이터 활용 등의 기술은 항공사와 완성차 제조사가 이미 공유하는 부분"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안전을 보장하는 고품질 대량생산 역량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 하늘길, 여객기와 PAV로 이원화

현대차는 S-A1에 틸트로터 프롭 방식을 적용했다. 현대차가 제시한 S-A1의 제원은 최고 비행 속력 290km/h, 1회 최대 비행거리는 약 100km로, 1회 비행 후 약 5분간 전기를 충전하고 다시 비행한다. 다만 틸트로터 방식은 배터리 문제만 해결되면 최고 비행 속력은 500km/h 이상, 비행 거리도 1만km까지 늘릴 수 있다. 때문에 현대차가 도심을 오가는 비행체로 S-A1을 제시했지만, 항공 업계에서는 도시와 도시를 오가는 수준의 비행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A1의 비행고도는 300~600m(1000~2000ft)로 설정됐다. 헬기의 비행고도 기준 하한과 겹치는 높이다. 신 부사장은 "UAM은 300~500m 높이에서도 바람을 충분히 견딜 것으로 예상한다. 폭우나 폭설 상태에서는 일반 여객기도 운행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며 해당 고도 비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CES 2020에서 PAV 콘셉트 S-A1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CES 2020에서 PAV 콘셉트 S-A1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S-A1보다 작은 세스나 경항공기가 4000m 고도에서 1200km를 비행한다"며 "틸트로터 항공기는 고정익 항공기와 비슷한 성능을 내는 만큼 배터리 용량과 규제가 해결된다면 고도를 더 높여 수백km 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항공기 안전기준을 적용하면 지름 30m 규모 착륙장이 필요한데, 헬기장을 생각하면 대도시 한복판에 다수 착륙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S-A1이 도시 안을 다니기보단 도시와 도시 사이를 오가는 공유 항공기에 더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여객기는 국가와 국가를 오가고 UAM은 도시와 도시를 오가는 것으로 하늘 길을 나눌 것이란 관측이다. 여객기에 비해 비행 고도가 낮고 크기가 작기에 더 안전한 비행이 가능하다. 신 부사장은 "S-A1은 8개 로터를 사용하기에 하나가 고장나도 제어가 가능하다"며 "낙하산을 장착해 판매하는 경비행기도 있는 만큼 UAM도 낙하산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 정도에 세계적으로 1조5000억 달러 수준의 UAM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관측했다. 완성차 업체들도 항공 업계와 협업에 나섰다. 독일 아우디는 에어버스와 UAM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고 일본 도요타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비행체를 개발하고 있다.

신 부사장은 "2029~2030년 정도가 되면 규제도 만들어지고 기체 성능도 많이 좋아지며 대중들의 수용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2035년 정도를 변곡점으로 본다"면서 "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7000억~8000억 달러 규모 시장이 될 것이고 현대차그룹이 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오세성/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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