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새 500만 끌어모은 '아파트 상가' 광교 앨리웨이
지난 5일 찾은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의 ‘광교 앨리웨이’. 958가구 아파트 단지 ‘광교 아이파크’에 들어선 주상복합 상가다. 가게마다 주말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이름처럼 좁은 골목(alley) 사이로 지역 맛집과 특색있는 상점이 빼곡했다. 골목이 맞닿은 곳엔 잔디밭과 예술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광교 앨리웨이엔 약 72만 명이 다녀갔다. 작년 5월 개장한 뒤 8개월간 500만 명이 찾았다. 하루 2만 명꼴이다. 개성을 살린 매장 구성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의 위기 속에서도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동네 골목길 콘셉트로 개성 살려

광교 앨리웨이는 지하 2층~지상 3층에 1만4809㎡(4480평) 규모다. 개발사인 네오밸류는 이곳을 4개 구역으로 나눠 100여 개 매장을 채웠다. 가게만 나열된 일반적인 아파트 상가가 아니다. 매장마다 다른 특색을 자랑한다.

유럽의 골목길처럼 꾸민 ‘마슬마켓’ 구역이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서울 가로수길의 유명 분식점 ‘도산분식’, 숙성 고기 전문점 ‘감성고기’ 등 지역 맛집이 들어와 있다. 쌀집 ‘동네, 정미소’는 신동진미, 하야미, 추정, 대보 등 여러 품종의 쌀을 1~2인분씩 소분해 판매한다.

먹거리만 있는 게 아니다. ‘버블 앤 스티치’는 디자이너 출신이 운영하는 세탁소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오상진·김소영 씨 부부가 운영하는 독립서점 ‘책발전소’는 멀리서도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광교 앨리웨이 관계자는 “정육점과 서점처럼 꼭 필요한 업종을 들이면서도 가게마다 뭔가 특별한 상품과 서비스를 갖추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인근 지역에 20~30대 부부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특성에도 주목했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이 많은 만큼 일반 아파트 단지 상가보다 키즈 콘텐츠를 강화했다. 전체 매장의 약 20%가 유아동복 등을 판매하는 어린이 관련 가게다. 이곳에 있는 키즈카페 ‘핌’은 광교신도시 전역에서 찾아올 만큼 유명해졌다.

대형 편집숍 세 곳이 핵심

주변 상권을 살펴보면 광교 앨리웨이의 입지는 약점이 적지 않다. 우선 인근에 쇼핑할 곳이 많다. 차로 10분 거리에 롯데아울렛 광교점이 있다. 다음달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도 인근에 문을 연다. 20분 거리에는 AK플라자 수원점이 영업 중이다.

광교 앨리웨이는 이런 환경을 고려해 브랜드 인지도와 가격만으로 경쟁하지 않기로 했다. 대형 편집숍으로 승부를 보기로 한 이유다. 같은 성별, 비슷한 연령대의 소비자라도 제각기 다른 취향을 지녔다는 점을 겨냥했다.

이곳에서 영업 중인 편집숍은 세 곳이다. 백화점, 아울렛에서 보기 힘든 브랜드의 제품을 선별해 판매한다. ‘식물원’은 여성 방문객 비중이 높은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다. 가드닝 제품부터 리빙, 키친웨어, 뷰티, 패션 등 백화점엔 없는 디자이너 브랜드만 들여왔다. 남성 편집숍 ‘스트롤’은 한정판 신발과 티셔츠를 비롯해 명품 시계, 맞춤형 양복, 프리미엄 오디오 기계 등을 판매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있는 아이템을 모아놓은 ‘카트리지 프로젝트’는 매월 다른 제품을 들여와 선보인다. 가방 방향제 문구류 유아동복 등 상품 종류도 다양하다.

전국에 두 곳밖에 없는 ‘티몬팩토리’도 광교 앨리웨이에 문을 열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티몬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반경 10㎞ 안에 거주하는 티몬 회원들이 온라인에서 주문한 데이터를 분석해 자주 구매하는 물건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같은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했다.

1년 내내 공연·전시 이어져

대규모 상가를 개발회사가 직접 관리하고 운영하는 점도 광교 앨리웨이를 수원의 핫플레이스로 성장시킨 요인이다. 이곳을 개발한 네오밸류는 모든 점포의 소유권을 갖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시행사가 분양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네오밸류는 상가를 분양하지 않고 임차인을 유치했다. 상가를 모두 채우는 데만 2년 넘게 걸린 이유다.

제대로 상권을 조성하고, 키우기 위해서였다. 많은 볼거리와 휴식 공간을 마련하면 더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소비자들이 광교 앨리웨이를 찾아오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상가 입구에 자리잡은 갤러리는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오는 3월까지 꼼데가르송, 언더커버 등 유명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한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카우스의 작품을 전시한다. 상가 중앙에 있는 광장엔 무대도 마련돼 있다. 지난해 6월 열린 호주 서커스단 ‘스트레인지 프루트’의 공연 때는 하루 수천 명이 모이기도 했다.

광교에는 삼성전자, CJ제일제당 R&D센터에서 일하는 대기업 직원과 공무원, 전문직 종사자가 많이 산다. 아주대와 경기대가 가까워 20대 비율도 높다. 이들은 주 52시간 근로제와 ‘워라밸’ 문화에 익숙하다.

광교 앨리웨이 관계자는 “퇴근 후 주거지역에서 여가를 즐기려는 젊은 층이 많다”며 “오프라인에서만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