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이란 사태에 폭등…비트코인도 안전자산? [안정락의 IT월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란이 8일 오전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에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하면서 중동 지역에 전운이 고조되는 영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마치 금이나 달러, 엔화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오전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등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7% 이상 뛴 965만~97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18일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주요 외신들은 최근 비트코인이 주식 같은 기존 투자 자산과는 다르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금 시세 차트와 비트코인의 흐름이 매우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과도한 변동성과 규제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안전자산으로서 위상을 갖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제금융센터의 김용준·이지현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비트코인과 안전자산 간 상관성 점검'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의 취약점이 단시일 내 해소되기 어려워 안전자산으로서 위상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2017년 이후 비트코인 가격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 및 금 가격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상관관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변동성지수나 금 가격은 금융시장에 위험 회피 성향이 커질 때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비트코인도 비슷한 가격 흐름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안전자산과의 상관관계 강화 배경에 대해 "글로벌 저금리 상황에서 주식, 채권 등 대다수 자산 가격이 고평가된 것으로 인식되면서 비트코인이 상대적인 투자 대안으로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성은 여타 안전자산에 비해 현저하게 커서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유하기에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가격 추이를 분석해 볼 때 금의 1개월 변동성 지표는 13% 수준인데 반해 비트코인의 변동성 지표는 평균 50%, 많게는 120%를 웃돈다는 것이다. 가격이 안정되지 못하고 급등락을 거듭하는 등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였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자금세탁 도구로 활용되는 등 부정적 이미지가 있고, 각국이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는 점 등도 투자 대상으로서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