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CEO가 PAV 콘셉트 'S-A1' 모형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CEO가 PAV 콘셉트 'S-A1' 모형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우버와 손잡고 개인용 비행체(PAV)를 만든다.

이미 드론 기술력을 확보한 현대차가 '틸트로터 프롭' 방식의 항공기를 콘셉트로 내세운 것을 두고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를 넘어 도시와 도시 사이 비행을 염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기존 항공 업계가 장악했던 도시와 도시 간 하늘 이동을 현대차가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앞서 8일 현대차는 우버와 UAM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가 PAV를 개발하고 우버는 항공 승차 공유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가 개발할 PAV 콘셉트 'S-A1'의 실물크기 모형도 함께 공개했다.

S-A1은 전장 10.7m, 날개 15m 크기로 조종사를 포함해 5명이 탑승 가능하다. 8개 프로펠러가 장착됐고 전기 추진 수직이착륙(eVTOL)을 적용해 활주로 없이도 이륙과 착륙을 할 수 있다. 최고 비행 속력은 290km/h, 1회 최대 비행거리는 약 100km다. 1회 비행 후 약 5분간 전기를 충전하고 다시 비행한다는게 현대차의 구상이다.

◆ 도심 내 비행 PAV, 형태는 '틸트로터 프롭'

현대차는 상용화 초기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고 향후에는 자율비행 기술을 도입할 방침이다. 상용화 시점은 2028년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상용화 시점을 묻는 질문에 “2028년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같이할 계획”이라면서 “관련 법규 같은 것들이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계속 정부와 이야기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버가 플라잉택시 상용화 시점으로 제시한 2023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법과 제도가 갖춰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가 제시한 PAV 콘셉트 S-A1은 프로펠러 방향이 바뀌는 틸트로터 프롭 항공기 형태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가 제시한 PAV 콘셉트 S-A1은 프로펠러 방향이 바뀌는 틸트로터 프롭 항공기 형태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업계는 현대차가 제시한 콘셉트 형태는 도심 내 항공 수단에 머물기보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모빌리티 수단으로 더욱 확장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콘셉트 기체의 비행 방식 때문이다. 현대차는 도심 내 비행 이동이 가능한 PAV로 UAM을 생태계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도심 내 이동이라면 현대차가 제시한 콘셉트 기체 S-A1의 최고 비행 속력 290km/h, 1회 최대 비행거리 100km는 납득 가능한 성능이다. 다만 이러한 수준의 성능은 구조가 더욱 단순한 일반적인 회전익 드론 형태로도 가능하다.

2017년 드론레이싱리그(DRL)는 100m 평균 시속 263.1km, 순간 최고 속도 288.6km/h로 비행하는 레이싱 드론을 개발한 바 있다. 때문에 다양한 기업들이 회전익 드론을 바탕으로 한 항공택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 역시 지난 2018년 미국 드론 개발업체인 톱플라이트 테크놀로지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4kg의 화물을 싣고 두 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한 드론을 만든 기업이다. 기술을 확보한 만큼 PAV를 구조가 단순한 회전익 드론 형태로 개발하는 안을 검토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투자한 미국 톱플라이트가 개발한 회전익 드론. 사진=톱플라이트
현대차가 투자한 미국 톱플라이트가 개발한 회전익 드론. 사진=톱플라이트
◆ 제시된 형태는 경비행기…"PAV 수준 넘어서"

현대차가 제시한 콘셉트 기체 S-A1은 프로펠러가 앞을 향했다가 위를 향해 수직으로 꺾이는 틸트로터 프롭 형태의 항공기다.

이착륙 할 때는 헬리콥터나 드론 형태에 가깝지만 일정 고도에 오른 뒤에는 프로펠러가 앞을 향한 뒤 비행기 형태로 항행한다. 때문에 비행 성능은 항공기와 비슷한 정도로 높아지며, 최고속도도 500km/h를 가볍게 넘어선다. 미군이 도입한 'V-22 오스프리'가 대표적이다.

틸트로터 프롭 항공기는 뛰어난 성능을 가졌지만 구조가 복잡한 탓에 기체 가격이 배로 뛴다. V-22 오스프리의 경우 동급 헬기 가격의 두 배 수준인 대당 700억원을 호가할 정도다.

현대차가 선택한 틸트로터 방식 자체가 대중화가 어려운 고비용 비행 방식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UAM 생태계 비전. 우측 S-A1 모델이 프로펠러를 앞으로 향한 채 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UAM 생태계 비전. 우측 S-A1 모델이 프로펠러를 앞으로 향한 채 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도심 내 이동 수준을 넘어선 도심 간 항공 시장 진출 계획을 세운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틸트로터 방식은 고정익 형태로 전환해 고속 장거리 비행이 가능해진다. 서울에서 지방을 오가는 성능도 충분히 확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비싸고 복잡한 방식을 선택한 것은 현대차가 도심 간 장거리 비행시장 진출 등의 장기적 비전을 세웠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가 PAV로 소개했지만 크기도 15m에 달해 사실상 경비행기에 준한다. 충분한 비행 성능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비행 과정에서 기존 항공기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규제 정비가 필요하기에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렵다. 시간은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