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2차전지)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앞다퉈 증산(增産) 경쟁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2차전지 생산량도 급격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 한국 기업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도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도 2차전지 기업들이 증설 투자에 나서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소재·부품·장비 기업들 "캐파가 경쟁력이다"
생산능력 키우는 2차전지 기업

피앤이솔루션은 지난 6일 81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신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입한 평택산업단지 부지에 오는 6월 말까지 공장 증설을 마칠 예정이다. 피앤이솔루션은 리튬이온 전지 등에 전기가 제대로 주입되는지 검사하는 장비인 포메이션과 사이클러를 생산하고 있다. 포메이션은 2차전지 활성화 공정에서 쓰이는 다채널 시험 장비를, 사이클러는 소형부터 중대형까지 2차전지의 충·방전 및 각종 시험을 맡는 장비를 일컫는다. 피앤이솔루션 관계자는 “상반기 증설을 마치면 생산능력이 현재보다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기존 공급처의 2차전지 수요가 늘면서 공장 증설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 시험장비 생산 업체인 이노메트리 역시 6월 말을 목표로 경기 화성시에 51억원을 투자해 신규 사옥과 공장을 신축하기로 했다.

2차전지 동박을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장 증설 작업에 착수했다. 동박은 구리를 고도의 공정 기술로 얇게 만든 막으로 2차전지 음극재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일진머티리얼즈의 2차전지용 동박 생산능력은 지난해 2만5000t에서 올 상반기 중 3만5000t, 하반기에는 4만5000t까지 순차적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3000억원 투자를 결정하고 국내는 물론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보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인 전해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현재 450억원을 투자해 2차전지 소재 공장 증설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이면 전해질 생산능력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세 배로 늘어난다.

2차전지 전해질 수요가 늘면서 천보의 2차전지 소재 매출 비중은 2017년 18%, 2018년 25%, 지난해 39%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는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겨 기존 사업인 액정표시장치(LCD) 식각액 첨가제 사업부문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대보마그네틱은 지난해 경기 화성시의 2차전지 탈철장치 공장 증설에 29억원을 투자했다. 4월 말 완공 예정이다. 대보마그네틱은 2차전지 소재업체와 배터리셀 생산업체에 탈철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에 쓰이는 수산화리튬을 분쇄한 후 건조시켜 폭발위험이 있는 철 성분을 제거하는 핵심기기다.
전기차 소재·부품·장비 기업들 "캐파가 경쟁력이다"
전기차 시장 고속성장

2차전지 관련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공장을 증설하는 건 전기차 시장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조사업체인 EV세일즈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254만 대를 기록했지만 5년 뒤인 2025년에는 1200만6000여 대로 다섯 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시장에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2차전지 관련 기업이 생산량을 늘리는 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69종의 신재생에너지 신차 목록을 발표하면서 국내 제조사의 2차전지를 쓰는 전기차를 포함시켰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장착한 친환경차가 포함됐다. LG화학은 파나소닉과 함께 배터리를 공급하는 ‘테슬라 모델3’로 보조금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도 생산능력을 늘리는 추세다. 이들 기업에 대한 납품비중이 높은 천보 등도 덩달아 수혜가 예상된다.

한 2차전지 소재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말 협력사에서 올해 생산량을 두 배로, 내년은 현재의 세 배까지 늘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국내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2차전지 기업들도 생산량을 늘리는 추세여서 당분간 2차전지 기업들의 몸집 불리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