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원 기업은행장이 업무 이틀째인 6일 서울 을지로 본점 출근 대신 강권석 전 행장의 묘소를 찾았다. 2004년 취임한 강 전 행장은 2007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내부 신망이 두터웠던 행장이다. 윤 행장이 강 전 행장 묘소를 찾은 것은 자신의 임명을 두고 노조 반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각오를 다지고 내부 화합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이틀째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으로 출근하지 못했다. 기업은행 노조가 '낙하산 행장 출근 저지 투쟁'를 이어감에 따라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윤 행장은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했다. 지난 3일 출근 저지 투쟁에 막혀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에서 업무를 시작한 후 윤 행장은 이날부터 금융연수원에 자리했다.윤 행장은 이날 오전 을지로 본점 은행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임원들과 함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메모리얼파크를 찾아 고(故) 강권석 전 행장 묘소를 참배했다. 2004년부터 20~21대 행장을 연임한 강 전 행장은 2007년 11월 암으로 타계했다. 전임 행장인 김도진 전 행장도 2016년 말 취임 직후 강 전 행장 묘소를 찾았다.윤 행장은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조를 자극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판단에 강 전 행장 참배를 선택했다. 다만 수일 내 본점 출근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기업은행장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 상황에서 임시 사무실 사용이 장기화되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7일 윤 행장이 본점에 출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노조는 윤 행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면서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본점 1층에는 '기업은행이 퇴물 정치인 재활용 센터인가' '함량 미달 낙하산'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투쟁 상황실이 마련된 상태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윤 행장과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자진 사퇴 말고 선택지는 없다"고 강조했다.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이 기업은행 노조의 투쟁에 힘을 보태면서 총파업 등 집단행동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달 취임하는 박홍배 금융노조 신임 위원장은 "4.15 총선까지 출근저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고 했다.진통이 이어지겠지만 이달 내에 양측이 출구전략을 세워 합의점을 마련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4.15 총선을 앞두고 노조와 금융당국이 별도의 협의 사안을 묶어 합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직무성과급제(직무별로 임금체계를 달리하는 제도) 철퇴, 노동 이사제(노조 추천 인물이 이사회 이사로 선임해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제도)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도 출근 저지 투쟁은 있었지만 결국은 합의점에 도달했다"면서 "당분간 노조와 금융당국의 눈치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의 첫 출근길이 노조 저지로 무산됐다. 기업은행 노조가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해 당분간 충돌이 예상된다.윤 신임 행장은 3일 오전 8시28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 도착해 건물로 들어서려다 대기 중이던 노조원들과 대치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정문을 봉쇄하고 후문을 점거했다.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윤 행장에게 “낙하산을 비판하던 정권의 말도 안 되는 인사”라며 “정권과 대통령에게 더는 부담 주지 말고 자진 사퇴하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노조원들도 “함량 미달 낙하산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윤 행장은 “어떤 부분을 우려하는지 안다”며 대화를 시도했으나 노조는 응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출근한 지 10분 만에 돌아섰다. 대기 중이던 일부 부행장과 간단한 인사만 나눴다.윤 행장은 사퇴하지 않고 노조와의 대화를 계속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외부에서 보고를 받고 은행 임원들과 면담하는 등 행장 업무를 수행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도 참석했다. 윤 행장은 이 자리에서 기자와 만나 “노조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합리적으로 갈등을 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취임식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노조는 오는 4월 총선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형선 위원장은 “박홍배 신임 금융노조 위원장과 연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임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금융노조 차원에서 현 정권 지지를 철회하고 기업은행은 총파업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윤 행장은 지난 2일 신임 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거친 정통 경제 관료다. 기업은행 노조는 외부 관료 출신이 행장으로 오는 것에 대해 ‘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정소람/박재원 기자 ram@hankyung.com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에 대해 전문성을 갖췄다고 두둔했다.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인사회' 참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청와대에 제청을 했고 윤종원 행장이 은행장에 적합하다는 것은 이력을 보면 알 것"이라며 "기업은행 직원들도 겪어보면 훌륭한 분이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신임 은행장으로서 노조와 대화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봐줬으면 좋겠다"며 "어차피 두 당사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이날 오전 윤 행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을 안고 첫 출근을 했으나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에 막혀 끝내 발길을 돌렸다. 기업은행 노조는 아침 일찍부터 바리케이드로 정문을 봉쇄하고 후문에서 수십명이 대기하며 윤 행장의 진입을 차단해다. 윤 행장은 거시경제, 국내·국제금융, 재정, 산업, 구조개혁 등 경제정책 전반을 담당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인창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지냈다.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