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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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전년보다 13.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이후 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 FDI가 신고 기준 233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6일 발표했다. 2015년 이후 5년 연속 200억달러를 넘겼지만 전년(269억달러)에 비하면 13.3% 줄었다. 실제 도착한 FDI를 기준으로 보면 감소폭은 더 커진다. 작년 도착 기준 FDI는 127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6% 줄었다.

국가별로는 중국(-64.2%·신고 기준) 유럽연합(-20.1%) 등으로부터의 투자가 크게 감소했다. 정부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 폐지를 앞두고 2018년에 조기 신고한 FDI가 크게 늘면서 지난해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환경이 악화된 게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외환경이 불확실한 가운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정책비용의 급증이 FDI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툭하면 규제…정책 못믿겠다"
소재·부품 외국인투자 24% 급감


투자매력 사라진 한국…FDI 13%↓
해외 기업이 국내에 투자한 금액인 외국인직접투자(FDI)와 국내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금액을 일컫는 해외직접투자. 전문가들은 두 지표가 ‘한국이 얼마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지’를 보여주는 양대 축이라고 말한다. 작년 FDI는 전년보다 줄어든 반면 작년 1~3분기 누적 해외직접투자는 전년보다 11.6% 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로 유입되는 돈은 줄어들고 빠져나가는 돈은 늘었다는 뜻이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 설비투자도 1~3분기 내내 감소세를 지속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6일 발표한 ‘2019년 외국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작년 FDI는 신고 기준 233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3.3% 줄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신산업 규제 등으로 한국 기업조차 ‘탈(脫)한국’ 기조를 보이는데 해외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82억2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8.2% 줄었다. 부품소재 부문 역시 전년과 비교했을 때 23.6% 감소했다. 서비스업 FDI는 전년보다 5.3% 감소한 147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정부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 증가, 2018년 사상 최대 FDI로 인한 기저효과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규제 등 내부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외 기업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노동 및 환경 규제 강화 등 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나라”라며 “선뜻 중장기 투자를 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등 규제 법안들이 지난해부터 속속 도입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경직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인건비 상승, 노동 규제 등도 투자 확대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생산시설이나 법인을 직접 설립해 투자하는 ‘그린필드형 투자’의 감소가 그 증거다. 신고 기준 그린필드형 투자는 2018년 200억달러에서 작년 159억1000만달러로 20.5% 줄었다. 도착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49.3% 급감했다. FDI에서 그린필드형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신고 기준 2016년 70.5%에서 2019년 68.2%로 줄었다. 도착 기준으로 하면 같은 기간 68.7%에서 47.8%로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의 한국 투자가 전년 대비 급감했다. 중국의 한국 투자는 신고 기준(-64.2%), 도착 기준(-76.2%) 모두 전년보다 크게 줄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이 미·중 무역분쟁으로 경제 상황이 안 좋은 데다가 중앙정부가 해외 투자를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한국으로의 투자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신고 기준으로 유럽연합(EU)의 한국 투자도 20.1% 줄었다. 미국과 일본의 투자는 각각 16.4%, 9.9% 늘었다.

정부는 올해 FDI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통과 시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외국인투자로 인정되고 한국이 높은 대외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반면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와 같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