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노인일자리 사업 인력파견형과 서울시의 노인 취업알선사업. 이름은 다르지만 사실상 같은 사업이다. 민간 일자리를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소개하고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서울 시내 25개 노인종합복지관의 담당 사회복지사들이 동원되는 정책 전달체계도 같다. 그럼에도 각각 별도로 예산을 잡고 실적을 집계해 행정력 낭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동구청에서 열린 ‘강동 취업박람회’에서 노인들이 구직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한경DB
서울 강동구청에서 열린 ‘강동 취업박람회’에서 노인들이 구직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한경DB
서울 동부권의 한 사회복지사는 “똑같은 노인 취업을 갖고 각각 실적을 집계하니 어느 쪽에 올려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며 “상위 기관에서도 문제를 알고 있어 ‘그냥 양쪽에 다 올리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노인 취업알선사업은 1992년부터 시행됐다. 2004년 시작된 정부 노인일자리 사업은 2016년 인력파견형이 추가됐다. “세금을 지원하는 일자리 이외에 노인이 민간에 취업하는 진짜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중복 사업이 예산 낭비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취업알선사업을 위해 노인복지관에 고용된 복지사들의 인건비를 지원한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노인일자리 인력파견형으로 취업한 노인 한 명당 15만원씩을 홍보·교육비로 노인복지관에 지급한다. 이를 위해 올해 준비한 예산만 19억원이다. 서울시에서는 지난해 취업알선사업을 통해 5000명에 가까운 노인을 민간업체에 취업시켰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서울시 등에서는 전혀 필요 없는 예산과 사업을 정부가 중복으로 잡은 것이다.

정부 사업은 내용 면에서도 기존 노인 취업알선 사업과 비교해 미흡하다. 노인일자리 인력파견형 사업에 등록하려면 노인이 취업하는 업체가 통장 사본 등 각종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15만원을 세금으로 지급하다 보니 여기에 따른 근거가 필요해서다. 서울 남부권의 한 사회복지사는 “노인을 받아주는 민간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데 그런 것까지 요구하면 계획했던 채용도 접는 경우가 많다”며 “복지관에 지급하는 15만원을 일자리 공급자(업체)나 수요자(노인)에게 지급하면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지난해부터 노인일자리 인력파견형 실적 수치를 적극적으로 요구해오며 현장에서 불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업 성격이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서울시와 달리 노인일자리 알선을 못하는 지자체도 많다”며 “그렇다고 서울시를 해당 사업 대상에서 제외할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