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자율주행차, 통역, 사회 인프라 자동화 등 사회 전반에 AI가 적용되면서다. 변화는 상상을 초월한다.AI가 현실화하려면 어떤 숙제들이 남아 있을까. 사람들은 AI의 미래를 얘기할 때 스스로 사고하는 ‘강한(strong) AI’와 학습시킨 일만 할 수 있는 ‘약한(weak) AI’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초점은 어느 수준의 AI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다.사실 강한 AI가 실현될 확률은 무척 낮다. 현실적인 초점은 ‘좁은 AI’와 ‘넓은 AI’ 중 어떤 것이 대세가 될지 여부에 맞춰져 있다. 좁은 AI는 관련 데이터를 이용한 학습을 통해 주어진 작업을 수행한다. 특화된 영상 분석 및 통역 등에서 이미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넓은 AI 혹은 범용 AI는 조금 더 인간에 가까운 형태다. 하나의 하드웨어로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통한 반복 훈련 없이도 새로운 일을 배울 수 있다. 시간에 따라 새 작업을 습득하면서도, 과거에 배웠던 일은 잊지 않는다. 때론 훈련에 필요한 데이터가 부족해도 처한 환경 안에서 반복적인 시도와 실패를 통해 행동을 개선한다. 요리도 하고 아이들 숙제도 도와주고 강아지 산책도 시키는 그런 집사 역할의 AI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넓은 의미의 AI 연구는 아직 진행형이고 많은 도전이 남아 있다.AI가 잘 작동하려면 되도록 많은 데이터, 좋은 알고리즘 그리고 높은 효율성의 하드웨어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 세 가지는 서로 강하게 연관돼 있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좋으면 데이터가 좀 부족해도 괜찮다. 훌륭한 알고리즘이 있으면 부실한 하드웨어로도 같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최근 화두가 되는 이슈 중 하나는 지역적으로 분산돼 있는 데이터와 컴퓨터 자원을 이용해 AI를 작동하는 것이다. 5세대(5G) 이동통신의 빠른 연결망으로 분산된 자원을 같이 모아 활용하자는 취지다. 자율주행차는 차 안에 내장돼 있는 하드웨어에 더해 주변 도로 인프라에 장착된 컴퓨터들까지 활용하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온디바이스(on-device) AI’도 관심이다. 복잡한 알고리즘을 클라우드 컴퓨터에 접속해 실행하는 대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작고 가벼운 기기에 AI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시도다. ‘CES 2020’의 트렌드 중 하나다.AI는 지속적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다.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대한 국가·사회적 대규모 투자를 멈춰선 안된다. 정부의 적극적 정책 개발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도 절실하다.문재균 < 전기 및 전자공학부 학부장 >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운전자 조작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주행 차량이 도로 위를 달릴 수 있게 된다.국토교통부는 자율차 상용화를 위해 부분 자율주행차(3단계) 안전기준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고 5일 발표했다. 올 7월부터 3단계 자율차의 출시와 판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3단계 자율차는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알아서 차선을 유지하며 주행한다. 기존 2단계 자율차는 운전대를 잡지 않으면 경고음이 울려 운전자가 직접 운전해야 했다.이번 개정된 기준에는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 구현을 위한 구체적 내용이 담겼다. 먼저 착석 여부 등을 감지해 운전자가 운전이 가능할 때만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했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에게 ‘운전 전환’을 요구한다. 이때 10초 안에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자율차가 스스로 속도를 줄이거나 비상 경고 신호를 울린다. 차량 충돌이 임박할 때도 감속과 비상조향 등으로 대응하게 한다. 시스템이 안전하게 가동되도록 최대 속도와 앞차와의 안전거리도 제시해야 한다.개정된 기준에 따르면 운전자가 별도 지시를 하면 운전자 대신 차로를 변경하는 2단계 수준의 수동 차로변경기능도 탑재되도록 했다. 국제 논의를 거쳐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판단해 차로를 변경하는 기능도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국토부는 자율주행시스템의 단계별 기능도 명확히 구분했다. 미국 자동차공학회 분류에 따라 3단계를 부분 자율주행, 4단계를 조건부 완전 자율주행으로 규정했다. 5단계는 완전 자율주행으로 모든 조건에서 운전자 없이 운전이 가능하다.이번에 마련된 3단계 자율주행 안전기준은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국토부는 시행에 앞서 자율차 성능 검증을 위한 시험방법 등을 시행세칙으로 따로 마련할 계획이다.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올 들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수주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오염물질 규제인 ‘IMO 2020’이 전격 시행되면서 LNG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LNG선 건조는 국내 조선사들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5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선박 발주 규모는 전년보다 약 28% 증가한 770억달러(약 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주력 선박인 LNG선 발주도 작년 40척에서 올해 약 60~70척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제로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원유에서 가스로 옮겨가면서 LNG선 발주가 늘어나고 있다”며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 LNG 공급량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작년 세계 상선 발주량은 약 40% 줄었다. 반면 LNG선 발주는 꾸준히 늘어났다. 작년 11~12월에만 LNG선 한 해 발주량의 3분의 1이 집중됐다. 올해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을 중심으로 LNG선 발주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LNG선 외에 LNG를 연료로 움직이는 LNG 추진선 수요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IMO 2020은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을 3.5%에서 0.5%로 대폭 낮추는 규제다. 선주들은 선박에 탈황장치(스크러버)를 부착하거나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은 LNG 추진선을 추가로 발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LNG 추진선으로 교체하려는 수요는 1만7688척에 달한다”고 말했다.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LNG선 부문에서 중국 일본 등 경쟁국 업체들과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세계 LNG선 발주량 중 80%를 한국이 따냈다.다만 환경규제에 따른 선박 발주는 올 하반기에 집중될 전망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선주들이 올 상반기 동안 환경규제 효과를 확인하고 하반기부터 발주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